한숨 돌린 한전 … 3조2천억 중간배당 수혈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12.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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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공사가 자회사들로부터 3조2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수혈받는다.

당장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 16조원을 추가로 확보해 급한 불은 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금과 적립금 합이 쪼그라들면서 발행 가능한 한전채 한도는 올해 104조6000억원에서 내년 약 69조5000원으로 급격히 줄어들 위기였다.

당장 한전채 발행 잔액 80조1000억원을 밑도는 10조원을 상환해야 할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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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서부발전·한전KDN 의결
남부·남동·중부발전도 금명 논의
작년 자회사 배당액의 35배 규모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 16조 확보
숨통 트였지만 '밑빠진독' 지적도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공사가 자회사들로부터 3조2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수혈받는다. 당장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 16조원을 추가로 확보해 급한 불은 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사회를 열고 한전에 1조56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서부발전은 이날 약 3000억원 규모 중간배당 안건을 가결했고, 한전KDN도 1600억원 규모 중간배당에 나서기로 했다. 28일 한국남부발전·남동발전, 29일 한국중부발전이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 안건을 통과시키면 발전 6사와 한전KDN의 중간배당 절차가 완료된다. 다만 한국동서발전은 중간배당을 의결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올해는 중간배당을 하지만 내년에는 정기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문서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발전자회사들도 중간배당을 의결하는 대신 이 같은 식의 조건을 달 가능성이 있다. 한전KDN의 경우 1600억원 중 600억원은 올해, 나머지 1000억원은 내년에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자회사들에까지 손을 벌리고 나선 것은 내년 신규 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회사들이 모두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 시킬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전은 내년 채권을 급하게 상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이달 초 기준 한전채 잔액은 80조1000억원이다. 한전채 발행 한도는 한전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5배다. 전기료를 제때 올리지 못한 탓에 원가보다 전기를 싸게 판 결과, 한전은 작년에 25조2977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도 7조73억원의 손실을 봤다.

자본금과 적립금 합이 쪼그라들면서 발행 가능한 한전채 한도는 올해 104조6000억원에서 내년 약 69조5000원으로 급격히 줄어들 위기였다. 당장 한전채 발행 잔액 80조1000억원을 밑도는 10조원을 상환해야 할 처지였다. 이번 3조2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으로 발행 한도 16조원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숨통이 트인 것이다.

자회사들이 모회사인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충하는 데 일단 힘을 보탰지만, 당장 보유한 현금이 배당 요구액에 미치지 못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금융권 차입을 통해 배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이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 자체가 창사 이래 처음일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정기배당 금액의 수십 배에 달해 자회사들은 부담이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작년 발전 6사가 한전에 지급한 정기배당 총액은 904억원으로, 이번 중간배당 금액은 작년 정기배당의 35배에 달한다. 최근 10년 내 가장 큰 규모의 배당이 이뤄졌던 2016년에도 배당액은 9259억원으로 이번 중간배당보다 훨씬 적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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