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붕괴 눈썰매장' 제안은 그럴싸했던데…실상은 '허술'

당초 제안서에 길이 80m·너비 3m 이동통로 계획 담겨
천막 또는 아케이드 형식 지붕 제시…자동이송장치 포함
청주시·업체 협상서 이동통로 규모 대폭 수정…안전 취약
市 "불필요하거나 수정할 부분 충분히 조율해 결정"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청주 눈썰매장의 붕괴된 시설물이 애초 위탁업체가 제출한 제안서 내용과 크게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청주시에 따르면 눈썰매장을 운영한 위탁업체가 당초 시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무너진 이동통로에 대한 부분도 포함됐다.

제안서에 담긴 이동통로는 너비 3m, 길이는 슬로프 길이만큼인 80m(유아 50m)다.

지붕은 천막이나 아케이드 형식이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자동 이송 장치를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조성된 이동통로는 이 제안서와 크게 다르다.

통로 길이는 30m로 절반 이상 짧아졌다.

지붕 역시 천막이 아닌 비닐로 덮었다.

이 가운데 자동 이송 장치는 청주시와 업체의 협상 과정에서 제외하고, 다른 시설물에 더 투자하기로 조율됐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 즉 지붕 재질이나 길이 등에 대해서는 협상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는 제안서에 담긴 그림은 그저 참고나 예시일뿐, 협상 과정에서 현실에 맞게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제안서에 담긴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조감도 형태로 봐야 한다"며 "업체와 불필요하거나 수정할 부분에 대해 충분히 협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28일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합동감식에 나서는 한편,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오후 4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눈썰매장에서 승강로 위에 설치된 비닐 통로 30여m 가운데 7m가량이 무너져 이용객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 8명이 통증을 호소하면서 부상자는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무너진 시설물은 얇은 철골에 비닐을 덧씌운 통로 형식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위에 15~20㎝의 두꺼운 눈이 쌓여 있었다.

사고가 난 눈썰매장은 청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놀이시설로, 지난 23일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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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CBS 최범규 기자 calguk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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