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죽은 죄, 열두번의 죽음을 선고한다
삶 포기한 죄로 ‘죽음’ 형벌 받은 이재
감독 “부모 자식간 얘기 하고 싶었다”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2주 연속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최강자는 여전히 넷플릭스지만, 올 한 해는 다양한 OTT에서 눈길을 끌 만한 작품이 있었다. 디즈니플러스에 <무빙>, 쿠팡플레이에 <소년시대>가 있었다면 티빙에선 <이재, 곧 죽습니다>가 대표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총 8부작으로 이달 15일 파트 1의 4편이 먼저 공개됐고, 다음달 5일 파트 2의 4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취업준비생 생활 7년을 견디다 못해 제 손으로 생을 놓아버린 죄로 죽음(박소담)의 분노를 사 12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벌을 받게 된 최이재(서인국)의 이야기다. 이재의 영혼이 들어갈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재벌 3세(최시원),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성훈), 격투기 선수 지망생(이재욱), 모델(이도현),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강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등이다. 공통점이라면 곧 죽을 운명이다. 이재는 죽기 직전의 이들 몸으로 환생해 죽음에 처하는데, 만약 죽음을 피한다면 그 인생으로 계속 살 수도 있다.
환생한 이재의 상황이 매번 다르다 보니 그때마다 극의 장르가 바뀐다. 액션, 스릴러, 학원물, 로맨스, 판타지 등이다. 연출을 맡은 하병훈 감독의 전작은 KBS <고백부부>, JTBC <18어게인> 등이었다. 장르물과는 떨어져 있으나 이번 작품에서 액션이나 스릴러 연출이 어색하지 않다. 지옥을 표현한 장면의 시각특수효과(VFX)도 꽤 자연스럽다. 전체적으로 기존 티빙 작품 대비 제작비가 꽤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볼거리에 치중해 인물 간 서사가 약하다는 평도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기자와 만난 하병훈 감독은 “파트 2를 보시면 작품의 메시지를 알게 될 것”이라며 “작품에 이재의 서사를 넣다 보니 너무 어두운 작품이 되는 것 같아서 파트 1은 일부러 시원한 액션도 넣고 흥미 위주로 게임 보듯이 구성했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이 있지만, 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새로 넣거나 수정한 캐릭터도 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속 여러 죽음과 연계돼 있는 인물 박태우(김지훈)와 부모의 학대로 죽음에 이른 영아는 드라마 속 오리지널 캐릭터다. 이재는 환생하면서 그 인물의 정보를 받는데 영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곧 죽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보도 얻지 못한다. 이름도 없다. 또 한 번의 죽음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에게 죽음은 “니가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삶과 죽음을 그 아기는 선택조차 하지 못했어”라고 말한다.
이재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이지수(고윤정)는 원작에서는 카페에서 만나는 예쁜 여자 정도의 역할이었으나 드라마에서는 이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등장한다. 파트 1에서 이재가 환생한 인물들이 모두 남자라는 점, 새로운 캐릭터로 영아를 추가한 이유 등을 묻자 감독은 “스포일러라 말 못한다”면서도 “부모 자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하 감독은 파트 2에서 이재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김미경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파트 1에 얼굴을 보인 배우만 해도 여럿이다. 파트 2에는 오정세, 김재욱 등 연기파 배우가 더 등장한다. 하 감독은 “워낙 여러 배우를 캐스팅하다보니 업계에서 하병훈이 작품 몇 개를 한꺼번에 준비한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거절당해도 계속 연락해 결국 역할을 맡아준 배우도 있고, 한 신을 위해 지방 촬영장까지 왔다가준 배우들도 있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파트 1 공개 이후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2주 연속 1위를 유지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공개됐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TOP 10에 진입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홍콩 등에서는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비평 사이트 iMDB의 평점도 9.1로 높은 편이다.
하 감독은 “드라마는 죽은 이재가 여러 가지 모험을 하는 모험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한 이재가 죽은 후에야 실패해도 좋으니 끝까지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며 “보시는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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