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무슨 수로 증명하나"…'계약갱신권 거절' 대법 판결에 혼란
임대인들 "내 집에 내가 사는데 무슨 증명을 하냐"
"임대차법 폐지하고 이전으로 돌아가면 문제 소멸"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직장 출퇴근 문제 때문에 계약 기간 2년이 지나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제가 들어가서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실거주 의사를 어떤 식으로 증명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 건데 괜히 절차가 복잡해질까 걱정입니다."(인천 거주 60대 임대인 A씨)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 실거주 의사를 분명히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증명 방법이 모호해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집주인 A씨가 임차인 B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20년 12월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져 다른 아파트를 팔고 빌려준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한다"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B씨 부부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자 A씨는 집을 비우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임차인 측은 당초 A씨가 직계 가족이 들어와서 산다고 했다가 소를 제기한 후 노부모 실거주로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부당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앞선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거주하려는 경우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며 "임대인의 직장이나 학교 등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여부, 이사 준비 유무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는 절차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한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뒤 실거주를 하지 않고 집을 비워두거나 다시 임대를 주더라도 임차인이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임대차3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통해 보다 임차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오히려 임대인으로 하여금 실거주를 하고 싶어도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20년 7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시행한 '임대차 3법' 중 하나다.
기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계약갱신을 거절 당한 임차인은 집주인의 허위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임대인·임차인의 성명,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보증금, 임대차 기간을 비롯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와 별도로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때 '실거주 의사'를 임차인에게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강원 지역에 거주하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인이 되고 임대인이 임차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왜 정부에서는 자꾸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치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2년 이상 문제 없이 임대를 해준 이후 집을 팔거나 실거주하고 싶을 경우 임대인이 계약갱신권을 거절할 수도 있지 왜 임차인에게 불필요한 권리를 쥐어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임대차시장은 이러한 절차로 인해 임대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게 되면 그만큼 공급이 줄어들면서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2법 시행 당시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은 말이 많았다. 단순히 집을 빌려주고 빌리는 과정에서 복잡한 법 해설서가 나오고 대법원까지 가서 소송을 하게끔 한 것 자체가 너무 일을 어렵게 만든 것"이라며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증명하는 것이 맞느냐 틀리냐를 논의하기 전에, 집값이 급등하고 전세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임대차법을 과연 지금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법 판결로 갈등의 여지는 또 다시 생겼다. 당장 임대인들에게서는 실거주 의사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임대차3법 해설서에는 이번 대법 판례와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증빙자료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조항이 또 하나 추가될 것"이라며 "원점으로 돌아가서 기존 전세 제도의 전세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3년에서 4년으로 점차적으로 늘려가면 된다. 임대차법을 폐지하고 이전 제도로 돌아간다면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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