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 지난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꿈의 무대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월 열린 제 76회 칸국제영화제에는 출연작 두편이 초청됐다. 올해 공개된 작품만 세 편이며, 두 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차당 2억원을 받았던 배우 이선균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배우였다.
지난 10월부터 이선균의 인생은 기울어졌다. 마약 투약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도마 위에 올랐다. 이선균과 관련된 진술 내용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최근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27일 서울 성북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이선균 매니저는 이날 오전 10시 12분경 “이선균이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며 112에 신고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오전 10시 30분경 성북구 모처에서 차 안에 의식 없는 상태의 남성을 발견했고, 조사 결과 이선균임을 확인했다. 해당 차량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이후 이선균의 시신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선균 사건 현장. 사진 | 연합
이선균은 올해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여)의 서울 집에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여러 차례 피우거나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이선균은 지난 10월 28일과 11월 4일, 지난 23일까지,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선균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답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A의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었다. 이선균의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모발, 겨드랑이, 다리털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A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23일 19시간을 넘긴 마라톤 조사를 진행했다. A는 이선균과 다섯 차례 이상 만났으며 그중 한 번 케타민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선균은 “코로 흡입한 적은 있지만, 수면제인 줄 알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은 지난 26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간 주장이 엇갈린 사이, 이선균과 A가 나눈대화 내용이 여러 차례 각종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가족이 있는 유부남이 유흥업소 여성과 은밀한 대화를 나눈 것에 대중적 공분이 커졌다. 마약 투약 혐의보다 외도한 정황이 이미지에 더 치명적이었다.
이선균. 사진 | 연합
그런 가운데 지난 26일 이선균과 A의 대화 내용이 다시 한번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본질과 동떨어진 지속적인 보도로 압박감을 크게 느끼고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다. 이선균 배우가 이날 세상을 떠났다.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알린 이선균의 사망과 관련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이선균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유작으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와 ‘행복의 나라’가 남게 됐다. ‘탈출’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이었으며, ‘행복의 나라’도 모든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조율 중이었다.
해당 영화 관계자들은 “너무나 안타깝고 황망하다. 작품 관련 일정은 추후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개봉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세운 바 없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원석 PD-이선균-이지은. 사진 | 스포츠서울 DB
1975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이선균은 1999년 비쥬 ‘괜찮아’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2011년 MBC 시트콤 ‘연인들’로 연기에 데뷔했으며,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MBC ‘파스타’(2010), MBC ‘골든타임’(2012)에 연이어 출연하며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출연한 tvN ‘나의 아저씨’로 글로벌 인지도를 쌓았으며, 2019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랐다. 올해에도 SBS 드라마 ‘법쩐’, 영화 ‘킬링 로맨스’, ‘잠’ 등에 출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이선균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상주로는 아내 전혜진이 빈소를 지킬 예정이다. 발인은 29일이고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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