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태평성대가 지속가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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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국의 경제적 성과를 OECD 35개 국가 중 2위로 평가했다.
2022년 4분기에서 2023년 3분기까지 근원물가지수(3.2%), 인플레이션확산지수(-13.3%), 경제성장률(1.6%), 고용증가율(1.1%), 주가수익률(7.2%) 등을 종합해 국가 순위를 매긴 결과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2~2.3%로 보고 있으나, LG경영연구원은 1.8%의 잠재성장률보다도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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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부실·가계부채도 불안불안
韓경제 성장기 지나 성숙기로
압축성장 과정 낡은 시스템은
과감히 청산하고 개혁해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국의 경제적 성과를 OECD 35개 국가 중 2위로 평가했다. 2022년 4분기에서 2023년 3분기까지 근원물가지수(3.2%), 인플레이션확산지수(-13.3%), 경제성장률(1.6%), 고용증가율(1.1%), 주가수익률(7.2%) 등을 종합해 국가 순위를 매긴 결과다. 경제와 고용은 다소 저조했지만, 물가 안정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1년 전 평가에서 21위였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성과라 할 수 있으나,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로 둔화하기는 했지만 2020년을 100.0으로 한 물가지수는 112.7로 높다. 상승률이 둔화된 것이지 물가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닌 데다 우리 국민이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0.86%인 안정된 물가를 향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년도 예상 경제성장률 1.4%는 코로나19가 경제를 강타했던 2020년(-0.7%)보다 양호하지만, 역대급으로 낮은 성장률이다. 11월 실업률은 2.3%로 자연실업률에 접근할 정도이지만 저임금 고령자가 고용 증가를 주도하고, 제조업 고용은 감소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2024년의 경제도 금년보다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2~2.3%로 보고 있으나, LG경영연구원은 1.8%의 잠재성장률보다도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게다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도 내년 하반기가 돼야 진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PF발 건설업체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한국의 가계부채·기업부채·정부부채를 합한 총부채가 60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273.1%로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명시적 부채 외에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 1181조3000억원과 초고령화로 눈덩이처럼 누적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미래 세대 부양 부담 증가를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은 분명하지 않다. 성장률 둔화가 표징하듯 경제 전반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정점을 지나면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빈발하고 있는 이런저런 사건 사고와 금년에도 미결로 넘어가고 있는 산적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2023년 12월 현재 한국인은 유사 이래 최고의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다. 한반도 휴전선 이남에 5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산 적도 없고, 이렇게 많은 국민이 이만한 물질적 풍요를 누린 적도 없다. 더욱이 1%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아직 노년기는 아니고 성숙기에 있다는 방증이다.
보통 사람도 어른이 되면 몸과 마음, 사업과 재산의 관리 방법이 달라져야 하듯이, 국가도 성숙기에 들어가면 과거 성장기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정확한 파악과 역량과 한계의 냉철한 성찰을 통해 성장기에 적합했던 경제·사회 구조와 체질을 성숙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 성장률 둔화 속도를 늦추고, 미래의 마이너스 성장 시대의 도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기술혁신 등 국가 생산성 제고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쌓여온 낡고 경직된 경제·사회 시스템의 혁파로 국가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추진이 시급히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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