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이준석 말고 대통령과 차별화하라” [+영상]

이현준 기자 2023. 12. 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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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탈당한 이준석 “비상 상태 놓인 건 대한민국”
[+영상] 이준석 국민의힘 떠나는 날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합니다. 동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국민의힘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합니다."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국회 대신 상계동의 식당을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것엔 정치적 고향에서 새 시작을 알리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선거, 21대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한 바 있다.
기자회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2시 무렵부터 식당 주변엔 인파가 몰렸다. 이 전 대표에게 성상납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유튜버들과 이 전 대표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맞물리며 현장은 내내 소란스러웠다.

오후 3시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당내 시대착오적 관성과 강하게 맞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 과정이 불편했던 당원이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호사가들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 안 좋으면 때를 기다리고 기회를 보라고 말한다. 3년 전의 나라면 아마 '와신상담'과 '과하지욕' 등 고사성어를 되뇌며 '당을 위한 헌신'과 같은 여의도 방언을 입 밖으로 내었을 것"이라며 "사실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냐는 자세로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얽혀 살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도 제안 받은 적 있지만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내 선택은 내 개인에 대한 처우, 내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비상 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절망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정체된 사이 여러 가지 거부할 수 없는 도전들이 쌓여간다"며 "대통령 이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 전 대표는 "몇 개의 의석을 만들어낼지 확실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말이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 많은 의석을 만들어 달라"며 창당할 신당에 대한 지지도 호소했다. "여러분이 평생 사게 될 주식 가운데 가장 큰 수익률을 담보하는 주식은 신당에 대한 지지와 성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4월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보편적 민주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회견문 발표 후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신당 창당 로드맵은 무엇인가.

"신당 '개혁신당(가칭)'은 오늘 발족한다. 시‧도당을 결성하고 중앙당을 등록하는 일반적 정당 창당 절차를 거쳐서 최대한 빠르게 할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탈당'이라는 지적이 있다.

"합류 인사에 대해선 차근차근 공개할 예정이다. 이른바 '천아용인'에 대해서도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개인적 고민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거취는 곧 알게 될 거다. 그들에게 '가장 명예로운 방식으로 국민들께 본인의 뜻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다른 제3지대 정당과 연합 가능성은 있나.

"내가 함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다. 노회찬의 정의당이라고 말한 까닭은 그때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과는 매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하나.

"나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려본 적이 없다. 신당을 이끌어가는 과정이다 보니 여러 가지 다른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그에 맞게 거취를 선택할 생각이다."

한동훈 비대위로 인해 신당의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나는 이제 경쟁자의 관계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매년 '이준석의 대항마' 타이틀을 들고 등장하는 사람이 한 명씩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이준석을 부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보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을 겪는 걸 봤다. 한 위원장이 '세대포위론'을 부정하면서 나서는 걸 보니 안쓰럽다. 세대포위론이 아니면 선거에서 이길 방법이 없을 거다. 이준석과 차별화할 게 아니라 대통령과 차별화하길 바란다."

국회 입성을 위해 신당을 창당한 것은 아닌가.

"창당 자체가 그런 견해를 부정하는 것이다. 내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정치를 했다면 훨씬 더 안정적 선택이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유력 인사로부터 총괄선대위원장, 텃밭 출마를 제안 받았지만 거부했다. 신당 성공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뿐 내 욕심을 위한 선택을 한 적은 없다."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연대 가능성은 없나.

"우선 총선 이전에 연대 가능성은 '제로(0)'다. 이후에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이준석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는데.

"지난 2년간 국민의힘이 이 상태에 이른 것은 당이 '이준석 때리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탄핵을 겪은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승민 때문이야'라고 했나. 그렇게 해서 승리했던가. 패배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린다 해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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