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K예술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2.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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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이윤택, 김기덕. 2017~2018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운동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예술인들이다.

예술인들을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예술계의 권력 관계와 도제식 문화로 인해 이들이 손쉽게 권리를 침해받기 때문이다.

세계를 휩쓰는 K문화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권리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권리 침해 사건을 전담하는 예술인권리보장센터가 지난 19일 개소한 것은 한국 예술의 발전을 위한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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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이윤택, 김기덕…. 2017~2018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운동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예술인들이다. 유력한 예술가였던 이들의 몰락은 한국 예술계의 민낯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것은 약자에 대한 착취를 유발하는 고질적 '먹이사슬'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문화예술계 약자들의 권리는 얼마나 보호되고 있을까. 지난해 9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예술인의 권리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이 확대됐다. 예술인들은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의결과 문화체육관광부 시정명령을 통해 이전보다 제도적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고 이우영 씨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7월 문체부는 이씨에게 미분배된 수익을 출판사가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씨와 출판사가 수익금 배분으로 법적 다툼을 벌인 지 3년, 이씨가 숨진 지 4개월 만이었다.

예술인들을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예술계의 권력 관계와 도제식 문화로 인해 이들이 손쉽게 권리를 침해받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작품과 예술 용역을 제공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성폭력 등 범죄를 당해도 문제 제기조차 어렵다.

세계를 휩쓰는 K문화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권리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도둑질당하고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는 예술판은 재능 있는 인재를 고사시킨다. 권리의식에 민감한 젊은 세대일수록 착취로 인한 좌절은 더 크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2년 차를 맞았지만 예술인을 보호하는 장치는 아직 부족하다. 이달 11일까지 예술인신문고로 접수된 전체 198건 중 위원회의 심의·의결이 내려진 사건은 94건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평균 소요 기간 역시 3개월이 넘는다. 사건을 조사하는 공무원이 3명에 불과하는 등 예산과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권리 침해 사건을 전담하는 예술인권리보장센터가 지난 19일 개소한 것은 한국 예술의 발전을 위한 큰 성과다. 인간은 대우를 받는 만큼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센터 개소를 계기로 예술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원한다.

[김형주 문화스포츠부 kim.hyu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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