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안식처 … 인천공항에 亞 최대 미술품 수장고 오픈"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12. 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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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수 더프리포트 대표
내년 4월 자유무역지역에
9천㎡ 규모로 항온·항습
'더프리포트 서울' 개관
해외서 오는 고가 미술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전문 수장고라 보험 가능
내년 4월 개관 예정인 '더프리포트 서울'의 미술품 전문 프라이빗 수장고 3D 모델. 바닥에 보이는 장치는 미술품 이송 시 작품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치대다. 더프리포트

"세계 미술계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더프리포트 서울'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구 미술품 수장고가 될 겁니다."

지난 30년간 미술품 전문 딜러로 활동해온 전윤수 더프리포트 대표(중국미술연구소 대표)는 내년 4월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미술품 전문 수장고를 개관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준공된 글로벌물류센터(GDC) 시설 '스페이시스원(Spasys1)' 5~6층 전 층에 자리를 잡은 '미술품 금고'다. 국내 자유무역지역에 미술품 수장고가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대표는 최근 스페이시스원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공항에 인접하고 각종 무역 제한도 적용받지 않아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 유리한 데다 작품이 변질될 우려가 없는 환경에서 미술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며 "주요 타깃은 한국 컬렉터들을 상대로 하는 해외 갤러리와 다수의 고가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하는 국내외 컬렉터들"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시스원 연면적은 2만7107㎡(약 8284평)로, 더프리포트 서울은 9809㎡(약 2970평)을 사용한다. 자유무역지역의 단일 미술품 수장고 가운데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고, 국내 미술품 전문 수장고 중에서도 가장 크다. 기획전시나 '프리즈서울' 같은 국제아트페어(미술 장터) 출품을 위해 들어오는 세계적인 명작들의 임시 보관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프리포트는 스페이시스원 출자로 지난 9월 설립됐다. 스페이시스원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세계 6개 거점에서 국제 물류 허브를 운영 중인 미국 엠엑스엔테크놀로지의 자회사다. 2대 주주는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자회사 푸른인베스트먼트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외조카인 주신홍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프리포트 서울은 개인 컬렉터나 미술관, 갤러리, 법인 등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프라이빗 수장고와 작품(피스) 단위로 맡길 수 있는 공용 수장고, 전용 엘리베이터, 리셉션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내부 설계를 완료했다.

더프리포트 서울은 설계 단계부터 미술품 수장고의 특성을 고려해 지었다. 층고는 최대 10m에 달하고 운송 차량이 수장고가 있는 층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어 대작도 쉽게 취급 가능하다. 또 미술품 이송 시 작품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바닥 전체를 완전히 평탄하게 만들었다. 미술품 보존에 핵심적인 항온·항습 시스템도 가동될 예정이다. 수장고에 입·출고되는 모든 미술품은 바코드로 관리되고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시설을 통해 보호받는다. 이용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수장고에 보관 중인 수집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더프리포트 서울과 같은 시설이 생소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자유무역지구의 수장고가 상당히 보편화했다. 오직 투자 목적으로 해외 미술품을 구매하는 경우 작품을 배송받을 필요 없이 공항에서 바로 자유무역지역 수장고로 옮겨 보관할 수도 있다. 특히 자유무역지역에서는 모든 관세가 면제되고 관할 국가의 무역 관련 규제도 피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수장고로 꼽히는 스위스 제네바 자유무역항의 민간 창고단지 '포트 프랑'이 대표적이다. 총 1000억달러(약 130조원) 상당의 개인 소장 미술품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만 1000여 점에 달한다. 전 대표는 "더프리포트 서울은 아시아 지역 미술품을 구매하면서 자국의 관세를 피하고자 하는 해외 컬렉터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예술품 원작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지역이 아니더라도 관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기계적인 방법이 사용됐거나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된 예술품, 실용적 기능이 있는 작품 등에는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 경우 구매한 해외 작품을 자유무역지역에 두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일반 주거·사무 공간에선 미술품의 파손·도난 등에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지만, 전문 수장고에서는 예술품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지역의 미술품 수장고는 보안이 철저한 만큼 밀매나 탈세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3년 제네바 포트 프랑에서는 세관 검사 중 시리아 팔미라와 리비아, 예멘 고대 유적지에서 약탈된 유물 9점이 나와 스위스 당국에 압수되기도 했다. 전 대표는 "관세청의 관리·감독하에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천 송경은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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