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이름으로 개문발차…1월 중순 절차 완료 목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탈당을 선언하고 “오늘 창당준비위원회가 가칭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발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고 시작하겠다”며 신당 창당을 되돌릴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일찌감치 신당 창당 속도전을 예고한 이 전 대표는 오는 1월 중순 절차 완료를 목표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노원구 한 갈빗집에서 탈당을 선언하며 “내년 4월,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상계동의 꿈,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정진하겠다”고 했다.
신당 창당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 전 대표는 탈당선언문에서 “나눠줄 돈과 동원할 조직 없이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정치의 문화가 확 바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모인 돼지저금통을 기억하는 우리가 20년이 지나 많은 것이 더 발달한 지금, 왜 그 방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지자들이 ‘희망돼지 저금통’이라는 저금통 20만개를 전국에 뿌려 후원금을 모집했는데 이를 언급한 것이다.
신당 창당을 위한 절차도 빠르게 밟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탈당을 선언하는 시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개혁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서류를 제출했음을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창준위 결성 신고는 창당 절차의 첫 순서다. 이후 최소 5개 시·도에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 시·도당을 창당하고, 창당대회를 실시한 뒤 중앙당을 등록하면 창당 절차는 완료된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혀준 1400명의 인재들 중 즉시 출마 전력을 추려서 지금 최대 60~80명 사이는 출마가능 자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빠르면 1월 중순이면 창당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자유주의 보수’라는 기치 아래 신당의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게 펼치는 빅텐트를 지향한다. 이 전 대표는 “합류하는 인사들 대해서는 차근차근 공개하겠다”며 “제가 함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설명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와의 소통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순차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뒤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신당의 외연적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2030 청년 남성 지지층의 심리적 저항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노동의 정의당이라고 말한 건 (지금의 정의당이) 노회찬 시절과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내년 2월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 지급 전 2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의원 수가 20명이 넘으면 보조금 액수만 약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1, 2지대가 너무 도의에 맞지 않은 일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를 치르기 전에 제3지대라는 명칭을 깰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선 성공을 발판 삼아 대선, 지방선거까지 치를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으로의 복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한동훈 장관과 저는 이제 경쟁자 관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총선 이후 복귀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약하다. 우선 다수 의석을 획득하는 게 정당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에서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권투시합을 약속하고 칼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어서 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고 당대표직에서 해임됐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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