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칡처럼 얽혀 살 수도 있었다”는 이준석…“오늘의 선택은 아픈 기억 때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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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에 이어진 질의응답까지 끝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그의 한 지지자로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보수 정당에 찾아온 '찰나와 같은 봄'을 영원(永遠)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반성한 후, "권력욕을 상식선에서 대했고, 진압하지 못했던 오류를 반성한다"고 말한 이 전 대표는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제가 국민의힘에 가진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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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대표님 승승장구 하십시오!”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에 이어진 질의응답까지 끝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그의 한 지지자로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 같은 응원에 이 전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문 발표는 20여분간 이어졌다. 코트 차림에 가방을 맨 채 등장한 이 전 대표는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기에 앞서 “제가 보기보다 팬클럽이 많다”며 “유승민 팬클럽을 계승한 것 같은 느낌”이라는 농담도 건넸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쓰고 보니 생각보다 조금 길다”며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3분의 1정도로 줄였더니 A4용지 다섯 장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으로 운을 뗀 이 전 대표는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자세로 때로는 영달을 누리고 고생을 겪으면서,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얽혀 살 수도 있었다”는 말을 꺼냈다. 자신을 겨냥한 정치권 특히 여권의 공격 속에서도 오로지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그 속에서 기꺼이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로 들렸다.
이러한 발언은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 받은 적 있다”는 대목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오늘의 제 선택은 개인에 대한 처우나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에 찾아온 ‘찰나와 같은 봄’을 영원(永遠)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반성한 후, “권력욕을 상식선에서 대했고, 진압하지 못했던 오류를 반성한다”고 말한 이 전 대표는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제가 국민의힘에 가진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누군가 콜로세움에서 상대를 빌런(악당)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일백번 고쳐죽어서라도 그 사람 멱살을 잡고 다시 아고라로 돌아와 미래를 이야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소모적인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신당’ 내에서는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각오도 드러냈다.
과거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자신을 ‘상계동 정치인’으로 소개해온 이 전 대표는 “오늘 제가 상계동에서 (탈당과 신당의) 뜻을 밝히는 건 새로운 출발선에서 정치하는 이유를 다시 새기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라며, “너무나도 평균적인 사람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라는 말로 자신이 상계동을 좋아하는 이유를 댔다.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의 도시, 가진 것이 많기보다 꿈꾸는 미래가 많은 사람의 도시”라며 “4호선 손잡이를 잡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20분간 부대끼는 속에서 조는 가장의 고단함을 새기겠다”고 했다. 시민들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키워갈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외에도 “고개를 들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봤다”, “비상 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 등의 말도 더했다. 그리고는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 한다”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 전 대표는 했다.
‘눈은 항상 녹고 봄은 항상 온다, 보름달은 항상 지고 초승달은 항상 차오른다’는 자연의 섭리를 꺼내든 이 전 대표는 “앞으로 저만의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걷겠다”며 “오늘의 제 선언이 훗날 ‘갈빗집 선언’이라고 온라인에 새겨지도록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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