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탄 배달 왔어요" 추운 겨울 온기 전한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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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지 말고 힘내서 움직입시다."
연탄 봉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자 30여명이 두꺼운 겉옷을 벗고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봉사자들은 골목 한편에 쌓여 있는 연탄 900장을 나란히 서서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한 남성 봉사자가 목까지 타고 흐르는 땀을 손목으로 닦아내자 얼굴엔 까만 연탄가루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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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정에 300개씩 전달…"연탄 기부 매년 줄어 걱정"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다치지 말고 힘내서 움직입시다."
27일 오전 10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 주택가 골목.
연탄 봉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자 30여명이 두꺼운 겉옷을 벗고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하얀 목장갑과 형형색색 팔토시를 낀 뒤 검은색 앞치마도 둘렀다.
이날 모인 봉사자들은 전주연탄은행, 풍남로타리클럽 등 4개 클럽 소속 회원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배달해주고 있다.
덕진동은 1980년대 이후 개발이 멈춘 전주시 내 구도심 지역으로,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여전히 연탄불을 때는 가정도 많아 겨울철이면 대문 밖에 놓인 연탄재를 쉽게 볼 수 있다.
옷을 갈아입은 봉사자들은 골목 한편에 쌓여 있는 연탄 900장을 나란히 서서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도 힘을 보탰다. 연탄 나눔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연탄 1개 무게가 3.65㎏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무게는 더 해갔다. 팔과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연탄을 옮길 때마다 입에서 '윽', '억' 소리가 났다.
일명 '연탄 언니'라고 불리는 태혜진씨(42)는 "처음에는 수백장의 연탄을 나르고 나니 몸살이 심하게 났다"며 "매년 하다 보니 이제는 성인 남성보다 연탄 옮기는 게 더 수월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겨울만 되면 어르신들이 연탄이 모자라 추위에 떨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5년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침 기온은 제법 쌀쌀했지만 연탄을 실어나르는 봉사자들 이마엔 어느덧 구슬땀이 맺혀 있었다. 한 남성 봉사자가 목까지 타고 흐르는 땀을 손목으로 닦아내자 얼굴엔 까만 연탄가루가 묻어났다.
연탄을 전달해주기 위해 봉사자들이 한 단독주택 대문을 두드리자 집주인 김정임씨(90대)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일찍 남편을 떠나보낸 후 60년째 홀로 살고 있다.
김씨는 "집이 외풍이 세서 초겨울부터 연탄불을 때고 있다"며 "연탄 6장이면 하루 종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데 이 귀한 연탄을 이렇게 많이 주시니 올 겨울엔 난방비 걱정이 없겠다"고 환히 웃었다.
이날 봉사자들은 3가정에 연탄 300개씩 전달했다.
이번 연탄 봉사를 주최한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연탄 기부양이 매년 줄고 있어 걱정이 많다"면서 "큰 금액이 아니어도 좋으니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기부에 동참해 온기를 나눠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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