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변동금리로 대출 받으면 한도 확 줄어든다
내년 2월부터 은행 등 금융권에서 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은 최대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대폭 줄어든다. 대출 한도가 내년엔 최대 9%, 2025년부터는 최대 16%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빚 증가세를 늦추고, 향후 금리 급등 시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런 내용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이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 대출에 40%, 비은행 대출에 50%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가산금리 적용해 대출 한도 축소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대출자 소득은 그대로인데 가산 금리를 높여 적용하면 대출자가 갚아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 원금을 줄여야만 현행 DSR 규제를 맞출 수 있다. 그래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가산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았던 가계대출 금리에서 현재 가계대출 금리를 뺀 값으로 하기로 했다. 가산 금리는 매년 6월과 12월 두 번 산정하며,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 가중평균금리)를 활용한다. 가산 금리는 최소 1.5%포인트에서 최대 3%포인트를 적용한다. ‘과거 5년간 최고 금리 – 현재 금리’ 값이 1.5%포인트보다 작아도 1.5%포인트를, 두 금리 간 차이가 3%포인트보다 커도 3%포인트만 적용한다.
예컨대 현재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4%(지난 10월), 과거 5년간 최고 금리는 연 5.64%(지난해 12월)로 두 금리 차이는 0.6%포인트다. 이 경우 실제 대출 금리에 0.6%포인트를 더하는 게 아니라 1.5%포인트를 더한다는 것이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금리 상승기엔 금리 변동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금리 하락기엔 금리 변동 위험이 과대평가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가산 금리에 상·하한을 두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한도, 2025년부터 최대 16% 감소
스트레스 DSR은 모든 대출에 적용하되, 업권과 대출 종류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내년 2월 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고, 6월엔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된다. 내년 말부터는 금융권의 모든 대출에 적용할 방침이다.
제도 안착을 위해 가산 금리 적용 비율은 단계적으로 늘려간다. 내년 상반기엔 25%, 하반기에는 50%만 적용한다. 2025년부터 가산 금리를 100% 반영할 예정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인 대출자가 30년 만기 분할 상환 대출(변동금리 연 5.04% 기준)을 받는다고 할 때, 현재 대출 한도는 3억2900만원이다. 하지만 가산 금리를 1.5%포인트로 가정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3억1500만원, 하반기에는 3억200만원으로 줄어든다. 2025년부터는 대출 한도가 2억7800만원으로 현재보다 5100만원이나 적어진다. 금리 변동형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내년엔 4~9%, 2025년엔 16%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리를 5년 넘게 묶어두는 혼합형·주기형 상품엔 완화된 가산 금리를 적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58.6%가 금리 변동형이고, 나머지 41.4%는 혼합형·주기형 등의 비(非)변동형이다.
예컨대 30년 만기 혼합형의 경우, 금리 고정 기간이 5~9년인 대출은 가산 금리의 60%를, 9~15년인 대출과 15~21년인 대출은 각각 40%·20%만 적용한다. 일정 주기로 금리가 변하는 상품(주기형)은 변동·혼합형 상품에 비해 금리 변동 위험이 적은 만큼 가산 금리의 10~30%만 적용(주기 5년 초과 시)한다. 신용대출의 경우 만기가 5년 이상인 고정금리 대출엔 가산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만기가 3~5년인 고정금리 상품은 가산 금리의 60%를, 그 외에는 100%를 적용한다.
◇”상환 능력 내에서만 돈 빌려야”
금융 당국이 이 같은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대출자의 빚 상환 부담이 급증하는 걸 막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875조623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로 미국(73.7%), 일본(67.5%), 독일(53.5%) 등 주요국보다 훨씬 높다.
일각에선 “금융권 모든 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돈 갚을 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를 무리하게 축소해 부동산 경기 둔화나 소비 부진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빌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미래 위험을 충분히 감안해 상환 능력 내에서 돈을 빌리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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