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 축구 유럽파 전성시대 40명이 뛰었다
올해 축구팬들은 벌건 눈으로 밤을 지새는 일이 많았다. 유럽축구를 누비는 한국 선수들이 부쩍 늘어난 덕분이다.
‘캡틴’ 손흥민(31·토트넘)이 고군분투하던 이 무대에선 이제 마음만 먹으면 시간대별로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유럽 4대리그라 부르는 잉글랜드와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두 자릿수(잉글랜드 5명·독일 4명)에 다가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순위표는 이제 자랑거리다. 아시아 첫 EPL 득점왕인 손흥민이 2023~2024시즌도 11골(4도움)로 득점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황희찬(27·울버햄프턴) 역시 8골(2도움)로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을 대표하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한 수비수 김민재(27)와 프랑스 강호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22)까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톱클래스 선수들이 뛰고 있다.
팬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요소에선 유럽파의 양적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성인 계약을 맺고 유럽을 누비는 선수는 무려 75명. 축구 선수로 실질적인 프로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각국 1~2부로 한정하더라도 15개국 4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8월만 해도 1~2부에서 뛰는 선수가 18개국 28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증가세로 볼 수 있다.
유럽파가 가장 많이 뛰고 있는 무대는 역시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다. 1부인 EPL에서 손흥민과 황희찬, 김지수(19·브렌트퍼드) 3명이 뛰고 있고, 2부인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황의조(31·노리치시티)와 배준호(20·스토크시티)가 꾸준히 활약상을 전하고 있다. 독일 역시 4명(김민재·이재성·정우영·이현주)이 현지에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독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했던 박규현(22·디나모 드레스덴)처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까지 합쳐 24명이 하루 하루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올해 눈부신 유럽파의 증가를 두 가지 측면에서 풀이하고 있다. 먼저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검증된 톱클래스 선수들의 존재감이 젊은 한국 선수들의 주목도를 높였다. 스코틀랜드 셀틱이 올해 1월 오현규(22), 7월 양현준(21)과 권혁규(22)를 잇달아 데려갔고, 덴마크 미트윌란은 조규성(25)과 이한범(21)을 각각 7월과 8월에 영입했다.
유럽파 확대를 원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59)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K리그에서 검증받은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유럽 무대의 문을 두드리던 것과 달리 이젠 유럽에서 뛰어야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올해 K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올 겨울 유럽 진출을 대거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선 유럽파가 절반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전인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26명 중 8명이 유럽파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성공하려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는 도전이 잘 풀린다면 환상적인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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