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파격에… 친명 좌장도 "이재명, 모든 가능성 열어놔야"

정성호 "한동훈 바람 분다면
李대표도 상응하는 결심 필요"

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친명)계의 좌장으로 통한 정성호(왼쪽) 의원. 사진은 27일 같은 당 김병주 의원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까지 강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비주류는 물론,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사진) 의원까지 한 장관의 불출마 선언이 불러올 정국의 흐름 변화를 경계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천이 다 끝난 이후에 어쨌든 한동훈 바람이 분다면 거기에 대응해서 이재명 대표도 그에 상응할 만한 또 나름의 결심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공천혁신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면 민주당도 상응하는 정도의 혁신이 불가피하고, 이후에도 '한동훈 바람'이 계속된다면 이 대표도 수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정 의원은 자신이 말한 '상응할만한 나름의 결심'이 비명계의 주장을 전격 수용, 이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면서 통합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공천이 끝난 이후이기 때문에 그때 통합비대위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이날 발언은 전날 한 위원장의 등판할 당시 민주당 안팎에서 '한나땡'으로 치부하거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비겁한 선택"이라며 얕잡아 보는 반응이 나온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민주당에서도 정국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도 한 위원장을 겨냥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면서 "한 전 장관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고, 술을 좋아한다는 윤석열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나아가 정 의원은 이날 "지금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한동훈 위원장이 지휘하는 국민의힘에 대응해 민주당 바람이 일지 않는다면 이 대표는 많은 것들을 고려해봐야 한다. 모든 가능성은 다 열어놓고 생각해야 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정 의원이 먼저 혁신을 강조함으로써 한 장관의 등판으로 인해 커지는 비명계의 목소리를 상쇄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혁신계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위원장의 취임 일성에 "영리하다"고 평가하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 의원은 한 비대위원장이 이 대표를 겨냥해 '이재명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이재명 지지층)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의 민주당만이 아니고 민주당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잘 지적해준 것 같다"고 평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