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와 재미 다 잡은 수작 찾으신다면? '이재, 곧~'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동음이의어를 멋드러지게 차용한 제목이 돋보이는 '이재, 곧 죽습니다'가 신선한 소재와 출중한 출연진, 예측불가의 스토리 전개를 선보이며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왜 죽고나서야 살고 싶어하는 것인가"라는 극중 죽음(박소담)의 물음을 화두로 던지며 삶과 죽음, 생존이라는 철학적 주제의식과 함께 우리사회의 뼈아픈 문제들을 담아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원작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에 안일하고 뻔한 작품들이 준 실망감과 선입견을 한방에 해소시키는 오랜만에 만나는 수작이다. 예능 프로그램부터 드라마까지 시청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따라잡으며 호평을 받아온 하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8부작으로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며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로 올라선 서인국이 작품이 타이틀롤 '이재' 역을, 박소담이 '죽음' 역을 맡았다. 여기에 고윤정, 김지훈, 성훈, 이도현, 최시원, 장승조, 이재욱 등 출연진의 면면도 호화롭다. 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을 달리해 새로운 작품 한편을 보는 듯 신선함을 더한다.
N년차 취업재수생 '최이재'. 예기치못한 사건으로 원하던 대기업 입사 면접을 망친 후 7년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다시 한번 면접을 보고 돌아온 날, 억세게 운 없는 하루가 이어진다. 전재산을 투자한 친구는 잠수를 타고, 헌신적이던 여자친구(고운정)와는 이별을 한다.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옥탑방 앞에는 내던져진 짐들이 속절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결국 지긋지긋하고 고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이재. 눈을 뜨고 만난 것은 삶을 포기한 이재에게 '죽음이 얼마나 무서운것인가 알려주겠다'는 죽음이다. 필연적 죽음이 예정된 12명의 삶의 살게 된 이재는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예상치못한 변수들로 매번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번 작품은 매 회마다 달라지는 주인공과 그들의 사연, 죽음까지의 경로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첫 죽음의 대상인 재벌2세(최시원)은 속절없이 금방 죽음을 맞지만, 차츰 에피소드 별 주인공들의 삶이 좀 더 풍성하게 표현되면서 서서히 공감과 감정의 서사를 쌓아올린다. 4편의 파트1이 공개된 가운데,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매력과 개성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완결된 주제와 반전을 향해 유기적으로 나아간다.
주인공이 반복된 죽음을 맞고 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의 특성 상 자칫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다는 약점을 '이재~'는 배우들의 호연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가뿐히 뛰어넘는다. 타이틀롤을 맡은 서인국은 절망과 후회, 분노를 오가는 감정연기로 최이재에 대한 공감을 불러모은다. 박소담은 4회차까지 비교적 적은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다크한 매력을 뽐내며 죽음의 냉혹함과 엄중함을 보여준다. 잘못된 선택으로 수감자가 된 소년 '태상' 역을 연기한 이재욱은 이 작품의 최대 수확이라 하겠다. 액션부터 절절한 감정연기까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재의 사랑을 대리하는 7번째 환생남 '건우' 역을 연기한 이도현은 차세대 멜로장인답게 사무치는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각 회차별 소재도 묵직하다.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줄기 아래 학교폭력, 취업난, 사랑, 가족애, 한부모 가정, 특권층의 비도덕성, 극단적 선택 등 다양한 주제와 철학을 다루고 있다. 삶을 비관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의 회환과 비애를 그림에 있어 자칫 음울하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는 적절한 유머와 수위 높은 폭력 신, 양념처럼 가미된 적재적소의 액션으로 오락성을 잡았다. 여기에 섬세하게 감정선을 따라가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사실감을 더해주는 특수효과를 통해 휴머니즘과 로맨스가 힘을 얻으며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범람 속에 고만고만한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며 수작 타이틀 입성을 예고한 '이재, 곧 죽습니다'. 오는 1월 파트2 공개를 앞둔 이번 작품이 깊이 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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