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후임자·영장판사 고르다 걸린 공수처장·차장 조사 착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지난달 후임 공수처장 인선을 두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부패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법적으로 공수처장은 후임자 추천에 관여할 수 없다.
권익위는 “11월 말쯤 공수처 처장과 차장 사이 후임자 추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항과 관련해 부패 신고를 접수했다”며 “다른 신고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해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공수처 처장과 차장에 대해 면담 일정을 요구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김 처장과 여 차장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판사 출신 법조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김 처장은 여 차장으로부터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에 김 처장은 “예 알겠습니다. 수락 가능성 높다고 사람 추천할 수도 없고요 참”이라고 답했고, 이어 “지난번에도 차장 후보로 검사 출신은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쉽지 않을 겁니다. 여기가 좀 동네가 험해서요”라고 했다. 김 처장이 여 차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물색해보라고 지시하고 그에 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대화였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서울중앙지법의 특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목하면서 해당 판사를 피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고 상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하기도 했다. 여 차장이 “5번째 영장은 처장님 말씀하신 대로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습니다”라고 했고,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敗)씩으로 그래도 유 부장만 피하면 두 사람은 등등 같습니다. 이번에 결과 보니요”라고 했다. 당시 공수처는 여러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4차례 청구해 모두 기각당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영장을 발부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판사를 고르는 ‘판사 쇼핑’을 논의한 것이다.
이런 대화가 김 처장과 여 차장이 부패행위를 했다는 증거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는 등의 부패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된 사람은 누구나 권익위에 이를 신고할 수 있다. 권익위는 이런 부패 신고가 들어오면 자료 제출 요구, 관계자 출석 및 의견 진술 요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감사나 수사,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감사원이나 수사기관 등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해당 신고 사건(김 처장과 여 차장의 문자 메시지 대화)은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정청탁을 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관련 공직자(김 처장과 여 차장)는 과태료 대상이 되므로 신고 사건은 관련 공직자의 소속 기관인 공수처로 이첩 또는 송부해야 한다. 그러면 공수처가 해당 신고 사건을 조사한 뒤 청탁금지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자에 대해 그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런데 공수처 처장과 차장이 피신고자인 해당 신고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의 자체 조사는 사실상 한계가 있으므로, 권익위가 공수처 처장과 차장에 대해 직접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상으로는 공수처가 직접 김 처장과 여 차장의 청탁금지법 위반을 조사해 김 처장과 여 차장을 처벌해야 하나, 기관장과 부기관장인 두 사람을 공수처가 스스로 조사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권익위가 먼저 김 처장과 여 차장을 대면 조사해 실질적인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향후 처장과 차당에 대한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이첩·송부 등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고 사건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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