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완화 땐 시장회복 청신호…교통·분양가 따져 선별 청약 필요"
변수와 내 집 마련 전략
금리가 내년 집값 주요 변수
美 상반기 금리 내릴 가능성 있어
대출 부담 완화 시기 빨라질 듯
불확실성 해소로 주택시장 회복
누적된 고금리로 시장침체 우려도
건설사 높은 부동산PF 금리 부담
미분양 증가 등 시장 악순환 여전
내년 상반기 분양 물량 쏟아지면
청약시장은 '옥석가리기' 더 확산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 공사비 급등 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주택 공급 물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요자 입장에선 최근 높아진 분양가가 부담스러워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 미분양이 누적된 지방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가계대출 강화 등으로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점도 부담이다. 연초 시장은 연말 급랭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업계에서는 내년 4월 총선 전후 나올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내 집 마련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중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우리나라도 대출 부담이 완화될 경우 시장에 대한 회복 기대가 커질 수 있다.
고금리 리스크 완화…PF는 위기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금융 부담에 매수세가 끊겨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높아진 분양가와 금리 부담이 겹치며 올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인 청약시장도 다시 급랭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금리 동결과 함께 내년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을 옥죄던 금리 불확실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5.5%까지 인상한 뒤 4개월 연속 동결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내년에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애초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한 시장의 예측보다 빠른 변화다. 일부에선 내년 1분기부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여지가 생긴다. 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금리도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되는 추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미국이 금리 인하를 예상보다 빨리 시작한다면 우리나라 주택경기 회복 시기도 6개월 정도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고금리 리스크가 내년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급등한 2019년 5년 고정 변동금리로 부동산 대출을 받은 수요자가 내년 새 금리를 적용받는 것도 관심 대상이다. 그간 높은 부동산 PF 금리로 건설사의 부담이 쌓인 것도 변수다. 교보증권은 ‘2024년 부동산 전망’ 리포트를 통해 “내년 잔액 기준 부동산 대출 금리가 상방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향후 전체 이자 부담은 확대될 예정”이라고 했다.
미분양 증가에 ‘옥석 가리기’ 심화
전국적으로 커지는 미분양 위험과 청약시장 ‘옥석 가리기’도 시장의 잠재적인 악재 요인이다. 시장 위축으로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은 23만1549가구로, 전년(36만8579가구) 대비 37% 감소했다. 소형 실거주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의 경우 2022년 2만6097가구에서 올해 7276가구로 72% 급감했다.
수요 위축으로 미분양은 늘어나는 모양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 7월 9041가구에서 10월 1만244가구로 증가했다. 서울에서도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해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선착순 청약 물량이 나오고 있다.
지역별 청약 경쟁률 편차도 심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59.5 대 1을 기록했다. 충북과 대전도 각각 37.2 대 1, 33.7 대 1로 집계돼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울산과 제주, 대구는 미달 사태를 빚는 등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엔 그동안 분양을 미뤄온 물량이 쏟아지며 ‘청약 옥석 가리기’ 현상이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청약 대기자는 산업단지 등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과 개발 및 교통 호재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교통 여건과 규모, 분양가 등을 고려해 선별 청약하는 ‘족집게 청약’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4월 총선도 부동산 시장 ‘변수’
내년 4월엔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예정돼 있다. 총선을 앞두고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대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준 정책 대출 등이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에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가 지원된다. 신혼부부가 양가로부터 총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결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젊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상반기 일시적 효과를 봤던 특례보금자리론을 재개하는 방안도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다.
총선 이후 정치적 부담감이 줄어들며 민간에서 요구해온 부동산 수요 회복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 국회 문턱을 못 넘은 실거주 의무 폐지와 다주택자 취득·양도세 중과 완화 등이 거론된다. 당장 소형 오피스텔의 주택 수 산입 제외 등도 긍정 검토에 나서며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인구, 가구 구조 변화 등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도심 내에 공급되도록 공급 측면의 애로를 우선적으로 해소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부동산 수요 회복 정책이 펼쳐지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비교적 쉬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4월 총선 이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담을 덜고 미뤄둔 수요 진작책에 다시 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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