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겨냥 마케팅 통했다… '압화' 신시장 개척

신유진 기자 2023. 12. 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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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네잎 클로버 또는 꽃을 주워 책 사이에 끼워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보셨어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사과의 편지로 한지를 곱게 물들이고 꽃을 부쳐 편지를 쓰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드라마를 본 뒤 관심을 가졌고 압화라는 단어를 몰라 '납작한 꽃', '눌러서 만든 꽃', '종이꽃'으로 검색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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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이은진 체크스토리 대표
이은진 체크스토리 대표./ 사진제공=이은진 대표
어릴 적 네잎 클로버 또는 꽃을 주워 책 사이에 끼워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책 페이지를 기억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그날의 소중한 기억을 추억한다.

이를 예술로서 표현한 사람이 있다. 소중한 이에게 보낼 편지에 꽃을 얹어 마음을 전하는 것. 생화를 눌러서 만든 꽃으로 특별한 편지를 만드는 이은진 체크스토리 대표다.

'압화'(押花)는 생화를 눌러 만든 꽃이라는 의미로 순우리말로 '꽃누르미, '누름꽃'이라고 부른다. 압화는 작고 얇기 때문에 편지지, 카드, 액세서리 등에 많이 사용한다. 요즘에는 청첩장, 액자, 휴대폰케이스, 압화 메이크업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가 압화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11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보셨어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사과의 편지로 한지를 곱게 물들이고 꽃을 부쳐 편지를 쓰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드라마를 본 뒤 관심을 가졌고 압화라는 단어를 몰라 '납작한 꽃', '눌러서 만든 꽃', '종이꽃'으로 검색했던 것 같아요."

이 대표는 "생화는 아름답지만 빨리 시들어버리는 반면에 압화를 실제로 보고 나서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작고 얇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더욱 빠져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크스토리가 만든 예단편지./사진제공=체크스토리

압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이 대표. 그는 "생화를 압화 건조매트에 넣어 7일 동안 압화를 진행한다"며 "꽃을 직접 볼 수 있는 것과 향기를 맡으며 작업할 수 있는 점도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7일 후에 만날 수 있다.

이 대표는 압화를 통해 얻은 행복함과 힐링을 다른 이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에 압화 판매 전문업체 '체크스토리'를 설립했다. 체크스토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압화를 판매하는 곳이다. 특히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압화들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압화는 단독 판매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꽃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이 대표의 첫 압화 상품은 편지였다. 편지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어렸을 적부터 편지 쓰는 걸 좋아했던 이 대표의 보물 1호는 현재도 '편지'다. "편지를 받는 사람도 행복하지만 편지를 쓰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연애편지 넘어 남자도 예단편지 준비


하지만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이렇게 예쁜데 왜 아무도 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 대표의 친구가 "요즘 누가 편지를 쓰냐"고 말을 했다. 이후 편지를 결혼과 접목시켜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요즘 예단은 예전과 달리 많이 간소화돼 현금 예단만 하는데 이때 편지지에 압화를 넣고 '저희 잘 살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예단편지' '신부편지'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판매해 예비신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하루에 300개 이상씩 팔렸다. 나중에는 '왜 신부만 쓰느냐, 신랑도 써야한다'는 민원에 신랑편지도 출시했다.

사진제공=체크스토리



압화를 알리고 한국도 알려


'압화 아티스트'라는 국내에 몇 명 없는 생소한 직업과 압화 분야를 널리 알리고 싶은 이 대표는 최근 책을 출간했다. 해당 도서는 압화뿐 아닌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에게 늦은 나이에도 충분히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준다.

그는 "압화라는 분야를 알리는 것과 청소년 진로 탐색을 위한 잡 프러포즈(직업을 소개하는 책)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한 길을 걷기도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직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저는 37세의 나이에 압화를 알게 됐어요.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늦은 나이에도 충분히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압화를 통해 일상의 작은 기쁨을 느끼고 소중한 인연들에 관한 스토리가 저에게는 보물 같습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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