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말하니 눈물이…” 멈칫한 이준석…“그때의 가치 신당에 당연히 편입”
“이곳(갈빗집) 고르니 노회찬 생각한 것 아니냐고 어떤 분이 그러더라”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을 27일 공식 선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이 연대할 수 있는 ‘제3지대’ 스펙트럼으로 ‘노회찬의 정의당’을 언급하며 살짝 눈물을 보였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을 정치 선배로 생각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지향점이 같다면 다른 세력과도 연합할 수 있나’라는 취지 질문에 “제가 이곳을 고르니 어떤 분은 해석을 과도하게 하셔서 ‘불판론’을 얘기한 노회찬 전 의원을 생각한 게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참 좋은 해석인 것 같다”고 우선 답했다. 이어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덧붙였다.
‘상계동에서 정치하신’이라고 말을 이어나가려던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읽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노회찬을 말하니 눈물이 난다”며 멈칫한 후, 주변에서 건네준 손수건을 받고 “제 선배이기도 한 노회찬 전 의원이 하시고자 했던 노동의 가치까지는 제가 하는 정당에 당연히 편입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노회찬의 정의당’으로 범위를 둔 데 관해서는 “노회찬 대표가 계시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통상 정치인의 중대 기자회견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것과 달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낳은 이 전 대표의 ‘갈빗집 기자회견’에 앞서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노 전 의원의 ‘불판론’을 소환했다.
‘이준석 전 대표답다’는 말로 운을 뗀 김 당협위원장은 “그가 표방하는 게 제3신당 아니냐”며 “제3신당하면 제 머릿속에 깊이 기억에 남는 건 노회찬 대표의 ‘불판 갈아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언급했다. 2004년 4·15 총선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당선된 노 전 의원이 선거 한 달 전쯤 KBS 토론 프로그램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먹어 판이 이제 새까맣게 됐다”며 “이제는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고 말했던 일을 다시 끄집어낸 것으로 보였다.
김 당협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노회찬 대표를 심적으로 흠모한 것으로 알고 있고, (노 전 대표) 장례식장에서도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며 “(노 전 대표) 지역구도 노원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전 의원의 ‘불판론’을 이 전 대표가 갈빗집에서 언급할 거라는 관측인데, 상계동에 초점을 둔 기존의 여러 분석보다는 듣는 이에게 묘한 설득력을 안기는 듯도 했다. 김 당협위원장은 “노회찬 대표가 말했던 ‘불판 갈이론’을 이야기하려고, 보여주려고 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이 전 대표 본인에게) 의사를 확인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문 발표에서는 “국민의힘에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며 “오늘 선택은 내 개인에 대한 처우, 나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개를 들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봤다. 비상 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라며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 한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이와 함께 “상대 정치세력을 악의 상징, 빌런(악당)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 정치는 월륜, 즉 보름달과 같아지게 돼 있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생산적인 정치는 월신, 초승달과 같이 차오른다”라는 말도 더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국민연금 개혁,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의혹 등 윤석열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을 열거하고 문제점도 지적한 이 전 대표는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이 위기를 정확히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이 전 대표는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깜짝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하며 입당했으나,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친정’에 복귀했지만, 이번에 두 번째 탈당을 하게 됐다. 탈당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은 12년 전 이 전 대표의 정치 입문일이기도 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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