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가입안, 튀르키예 의회 상임위 통과
튀르키예 의회 본회, 대통령 서명 남아
튀르키예 의회 외교위원회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하며 스웨덴의 나토 합류가 한발 가까워졌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2년 가까이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의회 외교위원회는 이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0월2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한 지 2개월 만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가입 승인안은 이제 의회 본회 의결과 대통령 서명을 남겨두게 됐다.
군사적 중립국이던 스웨덴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자 석달 뒤이웃 나라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올해 4월 가입을 완료했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으면서 가입이 미뤄지고 있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31개 회원국 모두의 비준을 얻어야 한다.
미국과 나토는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게 되면 유럽 내 집단방위 체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장기화하며 미국은 최근 스웨덴을 비롯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 잇따라 방위협정을 체결하며 대 러시아 북유럽 방어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 의회 외교위 결정에 “스웨덴의 합류는 나토를 더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튀르키예 의회는 최종 비준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토 가입 거부권을 무기로 스웨덴과 미국을 압박하며 외교전을 펼쳐온 튀르키예는 결국 원하던 것을 얻고 난 뒤 스웨덴의 가입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 F-16 전투기 거래, 쿠르드족 분리독립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해왔다.
튀르키예 정부는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이 옹호하고 있다며 스웨덴 정부에 나토 가입 승인을 얻으려면 이들 반정부 단체들을 불법화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스웨덴은 지난 3월 테러 조직 관여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반테러법을 제정했다.
튀르키예가 막판까지 스웨덴 나토 가입 카드를 활용해 미국과의 전투기 거래 승인을 얻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튀르키예 정부와 의회는 그간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미국산 신형 F-16 전투기 수입과 연계시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튀르키예는 공군력 강화를 위해 F-16 전투기를 추가로 미국에서 도입하고 싶어하지만 미 의회 일각에선 소수민족 탄압 의혹 등 튀르키예의 인권 실태를 문제 삼아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이F-16 수출을 승인하는 시점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이 튀르키예 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푸아트 옥타이 의회 외교위원장은 본회의 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외교위원회에서 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회 본회의에서 비준안이 신속히 의결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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