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특별한 선택···라모스도 알칸타라가 될 수 있을까

김은진 기자 2023. 12. 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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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T 소속으로 뛰던 시절의 헨리 라모스



헨리 라모스(31)는 2022년 KT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를 밟았다. 2020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였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아직은 그리워하고 있던 KT가 공격력과 수준급 외야 수비력을 갖췄다며 기대했던 타자다. 그러나 부상으로 KBO리그를 떠났다. 불과 18경기, 80타석밖에 뛰지 못한 라모스에게 미련을 가졌던 KT는 회복을 기다리다 결국 6월 교체했다.

라모스는 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KBO리그에서는 다른 팀에서 재계약 불발된 투수를 영입하는 경우가 꽤 많다.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12년 KIA에 입단한 헨리 소사는 키움을 거쳐 LG, SK까지 뛰며 총 8시즌을 KBO리그에서 활약했다. 2018년 KT는 두산 출신 더스틴 니퍼트와 키움 출신 라이언 피어밴드를 원투펀치로 했고, 2015~2016년 한화에서 뛴 메이저리거 출신 에밀 로저스는 2018년 넥센에 입단했다. 바로 올해도 NC에서 방출된 테일러 와이드너를 삼성이 바로 영입해 후반기에 기용했다.

그러나 방출된 타자가 다른 팀으로 입단해 복귀하는 사례가 근래에는 흔하지 않다. 과거 2000년 SK에서 데뷔한 뒤 삼성, 한화까지 거친 틸슨 브리또, 2005~2006년 현대에서 활약하고 2007년 KIA로 이적한 래리 서튼, 2008년 롯데에 입단해 3년을 뛰고 2011년 한화로 이적한 카림 가르시아 정도가 있다. 모두 10여 년 전 사례다.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이 장수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두산은 타 팀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KBO리그를 떠난 타자를 영입하는 특이한 선택을 했다. KT에서는 부상으로 기량을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라모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의 강력한 바람에 따라 외야 수비력을 갖춘 오른손 타자를 물색했다. 특히 수비력을 최우선 조건으로 했다. 스위치 타자이면서 수비력에서 호평받았던 라모스는 그 조건을 충족했고 짧지만 KBO리그 경험이 있다. 최상은 아니지만 두산은 현재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라모스는 올해 미국 트리플A에서 꾸준히 잘 쳤다. 두산은 특히 수비력을 선발 이유로 꼽고 있다. 기존 선수 호세 로하스가 19홈런 65타점을 때렸지만 민첩하지 못한 수비력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모스는 KT 시절에도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수비와 주루 모두 괜찮다”는 호평을 받았었다. KBO리그 복귀를 희망했다는 라모스는 두산과 계약 과정에서 과거 미흡했던 여러 면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보이며 빠른 적응을 다짐하기도 했다.

2000년대에 KIA 출신 다니엘 리오스를 앞세워 영광의 시대를 경험했던 두산은 최근에도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통해 ‘재활용’의 재미를 보았다. 알칸타라 역시 KT 출신이다. 2019년 윌리엄 쿠에바스와 함께 KT에 입단해 KBO리그에 데뷔했고 빠른 공을 앞세워 11승(11패)을 거뒀으나 구단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해 재계약하지 못했다. 충분히 다른 팀이 영입할 투수라는 점에서 KT는 보류선수로 묶지 않았고 두산이 바로 영입해 에이스로 활용했다.

2020년 20승 투수가 돼 곧바로 리그 에이스로 올라선 알칸타라는 이듬해 일본으로 진출해 2년을 뛰고 올해 두산으로 복귀해 에이스로 뛰며 13승(9패)을 거뒀다. 내년에도 재계약을 이미 마쳤다. 라모스가 바로 타자 버전의 알칸타라가 되는 것이 두산이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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