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관 강화·절대 복종…70년대 정훈교육으로 후퇴한 국방부

권혁철 2023. 12.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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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26일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기본교재)를 공개하면서, 대적관 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장병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27일 군 정신교육을 20~30년 이상 맡았던 영관급 예비역 정훈장교 10명에게 기본교재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더니,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한 예비역 정훈장교는 "1975년 월남이 패망한 뒤 국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됐고 현재처럼 매주 수요일 정신전력 교육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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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국군 장병들이 앉아 있다. 게티이미지

국방부는 지난 26일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기본교재)를 공개하면서, 대적관 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장병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대적 필승의 정신전력 극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27일 군 정신교육을 20~30년 이상 맡았던 영관급 예비역 정훈장교 10명에게 기본교재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더니,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절반은 국방부 설명에 수긍했고 나머지 절반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일방적이고 주입식 내용이라, 교육받는 병사들이 싫어하고 교육시켜야 할 간부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우려하는 이들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잘못된 국가관, 느슨한 대적관을 가졌다고 전제하고 그들에게 군이 설정한 ‘올바른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입력시키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정신교육의 목표나 방식이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특히 기본교재가 전두환 시대인 5공을 넘어 1970년대로 후퇴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예비역 정훈장교는 “1975년 월남이 패망한 뒤 국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됐고 현재처럼 매주 수요일 정신전력 교육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경제력이 북한에 뒤진 탓에 군 정신교육이 한국보다 앞선 북한을 깎아내리는 쪽에 치중했다. 이후 국내에선 남북체제 대결이 ‘누가 누가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 누가 못하나’로 흘러갔다.

이런 배경에서 1970·80·90년대 대북 적개심 고취와 ‘공산주의 7대 비밀’같은 주입식 이념 교육이 이뤄졌고 민주화 운동이 좌경용공 친북세력으로 매도됐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런 군 정신교육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1970년대식으로 되돌아갔다.

한 예비역 장교는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북한보다 60배 많은 상황이다. 70년대처럼 ‘북한 나빠요’ 같은 수세적 방식이 아니라 한국의 장점을 부각해 장병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방향으로 정신교육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내용을 홍보하는 국방부 자료. 국방부 블로그

기본교재 ‘군인 정신’ 항목에서도 상관에 대한 충성과 규율 및 기강이 강조된 반면 기존 기본교재에 있던 명령과 복종의 한계를 규정한 내용은 삭제됐다. 이를 두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과 관련해 ‘명령에 절대복종하라’는 메시지란 해석도 나왔다.

육군 법무관 출신인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의 공식 교재라면 ‘헌법정신’을 반영하여 단순히 ‘상명하복의 위계적 질서 확립’의 당위성만 역설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은 법령에 준수하고 직무수행과 관련된 적법한 명령’이어야 바로 헌법에 따른 부하의 복종의무가 발생한다는 온전한 ‘헌법정신’을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며 미국 표준을 세계 표준으로 여기는데, 미군은 한국같은 정신교육, 정훈교육을 하지 않는다. 한국군 정훈 업무가 미군에겐 지휘정보(Command Information) 업무인데, 미군은 지휘정보와 리더십 개념을 동일시한다. 미군은 지휘통솔의 필수적 요소로서 지휘관과 장병간의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미군은 병사들은 그들의 임무와 그 일을 왜 하는지 근본적 이유를 알 권리가 있으며 지휘관은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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