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저강도 장기전 전환 준비”…새로운 국면 맞은 전쟁,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손우성 기자 2023. 12. 27. 1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최측근 인사 미국 방문
전후 가자지구 관리 방안 논의
이집트 ‘단계적 휴전안’ 검토 움직임
이스라엘군 “전쟁 수개월 계속될 것”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26일(현지시간) 아이를 업은 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 방식을 고강도에서 저강도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26일(현지시간)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복심으로 불리는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이 전후 가자지구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채널12 등 이스라엘 매체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지난 10월7일 개전 이후 유지해왔던 고강도 공습을 조만간 중단하고 하마스 대원을 표적 제거하는 방식의 저강도 공격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집과 병원, 구호시설을 무차별 타격하는 이스라엘군 전술이 무고한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을 키우고 있다며 작전 전환을 요구해왔다.

이스라엘군이 구상하는 저강도 작전 밑그림도 공개됐다. 채널12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분리 장벽의 가자지구 쪽 완충지대를 폭 1㎞로 확대한 뒤 보병 위주 병력을 주둔시켜 가자지구 주민들의 장벽 접근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마스 대원을 솎아내 사살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24일 이집트 정부가 제안한 단계적 휴전안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다.

이집트는 1단계로 1~2주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이스라엘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20명을 교환한 뒤 이집트와 카타르 중재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하마스와 파타가 참여한 과도정부를 구성해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하마스가 참여하는 과도정부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이날 밤 이집트 중재안을 논의할 확대 안보 내각 회의를 여는 등 여지를 두는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의 중진 대니 다논 의원은 “1단계는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행정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또 전후 가자지구 관리 문제도 다루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최측근인 더머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 도착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인사를 잇달아 만났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는 더머 장관에게 전후 가자지구 문제 처리 관련 논의 권한을 부여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제 계획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더머 장관의 미국 방문이 성사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가자지구 통치와 안보를 포함해 전쟁 이후 계획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 변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중부 부레이지 난민촌 등으로 확대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인원은 2만915명으로 곧 2만1000명대를 넘어선다.

하마스 대원 전원 사살까지 작전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이스라엘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은 몇 달간 계속될 것”이라며 “테러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는 데에는 마법 같은 해결책도, 지름길도 없다”고 강조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설정한 목표 중 그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 220만명 전체가 내년 2월7일까지 ‘급성 식량 위기’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은 식량 위기 심각성 정도를 정상-경고-위기-비상-기근 등 5단계로 분류하고 있는데, 3단계 이상을 급성 식량 위기 상태로 본다. 가장 심각한 수준인 5단계엔 50만명이 해당할 것으로 조사됐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