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이선균, 경찰 3차례 공개소환에 억울함 호소…수사 어땠나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가 23일 오전 3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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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가까이 진행된 경찰의 배우 이선균(48)씨 마약 혐의 수사는 이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파국을 맞았다. ‘물적 증거’ 없이 이씨를 3차례 공개 소환 조사한 경찰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퍼 나른 언론과 유튜버들이 비극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내사(입건 전 조사) 소식은 지난 10월19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단계였다. 나흘 뒤 10월23일, 이씨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경찰이 한 유흥업소 실장 ㄱ씨로부터 “여러차례 (이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10월28일과 11월4일, 12월23일 등 3차례에 걸쳐 이씨를 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1차 조사 당시 경찰은 이씨의 소변 등에 대한 간이검사를 했다. 그러나 소환 당일 간이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경찰이 기대하던 정밀검사에서도 같은 판정이 나와 경찰 수사는 꼬이기 시작했다. 

곤혹스러운 경찰은 2차 조사에서 다시 집중 추궁했지만, 이씨는 ‘(무엇인가를) 투약했지만,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경찰은 이씨의 체모에 대한 2차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역시 ‘판독 불가’와 ‘음성’ 결과가 나왔다.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경찰은 지난 23일 이씨를 3차 소환해 24일 새벽까지 19시간에 걸쳐 혐의를 추궁했다. 당시 경찰 조사는 업소 실장 ㄱ씨의 진술을 수사관이 말하면, 이씨가 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대면 조사’다. 

경찰은 지난 1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 사건과 달리 이씨에 대한 수사에는 상당히 집착했다. 업소 실장 ㄱ씨가 ‘권씨는 업소에서 마약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정도의 정황을 얘기했지만, 이씨에 대해서는 ‘함께 마약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다 통화 내용을 찾아내는 등 ‘정황 증거’를 확보했지만, 수사는 물증 없이 끝난 셈이 됐다. 

이씨의 죽음으로 경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씨를 3차례나 언론에 노출되는 공개 소환 방식으로 ‘망신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씨 쪽은 지난 26일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해달라”며 공개 소환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권씨에 대해서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한 점도 이번 수사가 진술에만 의존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씨에 대한 내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이 공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씨의 내사가 알려지면서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연예인의 이름도 에스엔에스에 수사 대상자로 올라오면서 경찰이 여러차례 부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류 수사에 연루된 연예인의 과거 영상을 내보내며 ‘마약을 한 정황’인 것처럼 보여주는 등 보도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씨와 ㄱ씨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을 폭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