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넘어트린 마시모…"애플, 연봉 2배 부르며 인력 빼갔다"
키아니 CEO "쿠키 상자 손대다 뒷덜미 잡힌 것"
미국 내 애플워치 판매 중단 결정을 끌어낸 의료기기업체 마시모는 아마존, 구글처럼 차고에서 시작했다. 창업자 조 키아니 CEO는 1989년 마시모 설립 이후 30년 넘게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마시모는 2007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직원 8000명을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시모의 핵심은 광파를 이용해 생체 동맥 내 혈중산소농도를 측정하는 기술. 마시모는 자사 기술이 업계 최고라는 사실은 100여건의 학술연구를 통해 검증됐으며 매년 2억명 넘는 전세계 환자들이 자사 기술로 검진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애플은 2019년 마시모 제품과 유사한 산소농도 측정 센서를 개발, 마시모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 이름으로 특허를 받아냈다. 이듬해 혈중산소농도 측정 기능을 탑재해 애플워치6를 출시했다. 마시모는 애플이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2020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배심원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이에 마시모가 애플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자 애플은 마시모의 의료용 웨어러블 제품 'W1 메디컬 워치'가 애플워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맞고소했다. ITC 행정판사는 지난 1월 애플워치 최신 모델들 주요 기능인 혈중산소 감지 센서가 의료기기 업체 마시모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고, 10월 애플워치9와 애플워치 울트라2의 미국 판매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 이후 60일 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미국무역대표부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미국 내 온·오프라인 애플 매장에서 애플워치9, 울트라2 모델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의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째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혈중산소농도 측정 기능을 불활성화하는 것. 지난 19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 엔지니어들은 센서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애플워치에 센서가 탑재된 것부터 문제라는 게 마시모 주장이기 때문에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판매 금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드레이 이안쿠 전 미국 상표특허청장은 더버지 인터뷰에서 "애플이 마시모 특허를 우회하려면 아주 많은 것을 바꿔야할 것"이라고 했다. 더 버지는 애플이 애플워치 기기에서 센서를 제거한 뒤 마시모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부터 재장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둘째는 마시모와 협상하는 것. 키아니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원하는 금액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애플 제품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업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탱고는 둘이서 추는 것"이라며 애플 측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특허소송 분야 변호사 스미스 버팅험은 더버지 인터뷰에서 "애플은 깨기 힘든 상대"라며 애플이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고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송이 늘어진다면 자금력에서 마시모가 밀릴 수밖에 없다. 포브스에 따르면 마시모는 이번 ITC 제소 건으로 6000만 달러(777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만한 자금력이 없는 다른 IT 기업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전을 포기할 수도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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