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적인 것’ 착취하는 금융자본” 맞선 “투쟁의 절대적 민주주의”
“오늘날 민주주의는 단지 땅(토지 및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대와 대면할(그리고 그것에 맞설) 뿐 아니라 무엇보다 금융지대, 즉 다중에 대한 통치의 근본 도구로서 화폐를 전 지구적으로 동원하는 자본과 맞서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타계한 안토니오 네그리(사진)가 <‘대위기’ 상황에서 지대에 관한 몇 가지 고찰>에서 한 말이다. 네그리가 2008년 금융위기를 두고 쓴 글이다.
네그리는 ‘금융화’가 “자본주의적 명령의 현재적 형태”라며 이렇게 썼다. “명백히 금융화는 여전히 지대와 연결되어 있으며 자본주의적 착취의 모호함과 모순뿐 아니라 폭력적 의도 모두를 반복한다.”
금융자본은 “날조된 세계 그리고/혹은 왜곡된 욕망의 자본주의적 구축”으로 ‘괴물-공동체’를 이룬다. 지금 노동력이 다중이 됐다. 노동이 인지적·협동적이다. 지금 노동자는 이전 세기 노동자 투쟁으로 ‘인지 노동자’로 재규정되지만, “불안정한 삶의 고통 속으로 추락”한 상태이다. 이런 현재 상황에서 자본은 “협력에 참여한 모든 노동과 이 노동이 생산한 공통적인 것을 수탈”한다. 네그리는 “금융지대는 공통적인 것의 착취로서 나타난다”고 했다.
계급투쟁이 진행된 곳이란 의미에서 공장은 지금 메트로폴리스다. 이 메트로폴리스는 인지 노동이 우세한 초현대적 공장이면서 “이주자들과 여성들, 불안정 노동자들과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 모두 너나 할 거 없이 노예처럼 일하며 착취가 삶의 모든 측면과 순간에 침투해 있는 아주 오래된 공장”이자 “인종과 민족의 차이를 계급의 차이로 이용하는 전(前) 산업적 공장”이다. 네그리는 이 메트로폴리스 공장의 공통적인 것을 감추는 게 지대이고, 공통적인 것을 지배하는 게 증권시장이라고 했다.
네그리가 이 글에서 강조하는 건 “투명함, 공개를 위한 투쟁의 절대적 민주주의”다. “공통적인 것의 해방”을 이루는 관건을 “부동산 지대에서 저작권 및 디지털 생산물의 지대까지 이르는 모든 지대의 흐름 전체를 공격하는 것”으로 제안한다. 이 글의 원제는 ‘지대에 대항하는 민주주의’다.
네그리는 정치적 주체와 정치적 세력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불안정 노동자들과 배제된 사람들이 단결하기, 물질적 노동과 지적 노동을 재구성하기 등을 꼽았다. 이 글에서도 “민주적인 ‘구성적 힘’”을 강조한다. 구성적 힘은 “기존의 구성된 소유 관계를 공격”하고 “개혁주의적 그리고/혹은 혁명적 측면에서 새로운 사회적 소유 질서의 욕망을 표현”한다.
네그리 글은 최근 번역 출간된 <인지자본주의와 전 지구적 경제위기>(두 번째 테제)에 실렸다. 책은 오페라이스모(노동자주의) 운동에 뿌리를 둔 네오오페라이스모(네그리는 ‘오페라이스모’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론가들의 경제위기 분석과 커먼즈론을 모은 선집이다. 금융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극복 아이디어로 사회적 보장 소득 즉 무조건적 기본소득 등 ‘공통적인 것의 복지’(공통복지) 등을 제안한다.
책을 번역한 정치철학 연구자 진성철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최근 금융위기를 예로 들며, “책이 출간된 후 거의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 시간적 간격이 오히려 여기서 제시되는 분석을 오늘날 더욱 적실한 것으로 만들며 현재성을 부여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고 했다.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12171343001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004131800001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1401032030225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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