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2028 대입'..변별력 확보는 과제로

유효송 기자 2023. 12. 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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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수능 수학·사회·과학, 고교 내신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27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발표하면서 현 중학교 2학년과 수험생은 모두 같은 과목과 문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이공계 교수들을 중심으로 '심화수학'이 대학교육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대학에서 관련 내신 과목을 평가에 반영하는 보완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절대평가만으로 시행하는 사회·과학 융합선택 9개 과목은 사실상 대입과 직결되지 않아 중요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는 우선 수능의 경우 미적분Ⅱ·기하를 '심화수학' 선택과목으로 두려던 당초 안을 철회하고,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만 수학영역 출제범위에 포함했다. 현재 문과계열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라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수학영역 응시생들이 모두 공통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수능 도입 첫해였던 1994학년도 이후 34년만이다.

하지만 이공계열 전공의 기초가 되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의 학습량이 줄어들면 이과 계열 입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적분과 벡터 등을 이공계열 학생들이 배우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면, 물리학 등 여러 기초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대한수학회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은 이공계열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수학"이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결되는 재앙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화수학이 제외되면서 의학계열 등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각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수학 내신성적을 전형요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결국 '내신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부 상위권 대학과 의대 등 이공계 학과 정시에서는 학교내신 심화수학 교과 과목을 전형 자료로 반영하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수시에서도 면접과 논술 등을 통해 심화수학에 대한 평가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만기 유웨이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내신에서 의학계열 지원자는 (수능에서 빠진) 미적분Ⅱ나 기하 외에 생명과학이나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등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들 과목의 내신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일단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학생의 수학적 역량과 심화학습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챗GPT가 인간 이상의 역할을 하는 시기인데 수학 교육 방식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며 "되돌아가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심화수학을 평가에 포함할 수 있다는 예측에 대해서는 "대학들과 협의해나가야 한다"며 "앞으로 이번 입시안을 안착시키기 위해 대학입학처장·교육감·교사분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사회·과학탐구영역도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인 통합사회·과학에서 출제한다. 여기에 기존 9등급제였던 고교 내신 평가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현행 1등급(상위 4%)의 2배가 넘는 누적 10% 학생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들 두고서도 내신 사교육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사회·과학 일부 과목에서 도입되는 절대평가 제도의 정착 여부도 관건이다. 이 소장은 "융합 선택을 절대평가로 하면 가뜩이나 교육과정의 파행이 염려되는 현실에서 고2·3 때 편성된 융합 선택 과목 시간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반복할 위험성도 있다"며 "학생들은 이들 과목을 등한시하고 상대평가 과목에만 집중해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 선택 쏠림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통합사회·과학 역시 고교학점제와 엇박자라는 시각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진로나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모든 수험생이 공통 과목으로 수능을 치르면서 그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에서다.

이 부총리는 "수능이 모든 과목을 다 포괄할 수는 없다"며 "통합과목, 공통과목 중심으로 가야 된다는 것은 큰 방향이고 대입에 있어서도 중요한 원칙으로 확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대입전형운영협의회를 구성해 2028학년도 대입 준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수능 이권 카르텔 방지를 위한 입법과제, 사회·과학 융합선택 교육과정 개정 시 보완 방안도 관계부처 및 국가교육위원회 협의를 거쳐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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