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심은 ‘빨대’ 들통난 미 정보당국, 새 네트워크 구축 진땀

박병수 2023. 12. 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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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오쩌둥 탄생 130돌 기념 좌담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간 패권 대결이 가열하면서, 두 나라 스파이 조직간 정보 전쟁도 불꽃이 튀기고 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이런 현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치권의 이너서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지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6일(현지시각) 전·현직 정보 요원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 등은 최근 들어 조직 역량의 초점을 이슬람 극단 세력과 테러 조직 등에서 중국 문제로 돌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당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최근 중국의 패권 도전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지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들은 대략 10여년 전부터 중국에 심어두었던 인적 네트워크가 중국의 방첩기구에 의해 적발되어 해체되는 조직적 손실을 맛본 뒤 이를 복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그동안 중국 내 광범한 부패를 지렛대로 삼아 많은 유급 정보원을 운영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집권을 전후한 시기부터 중국 당국의 방첩 활동이 강화되면서 이들 정보원 조직이 잇따라 들통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보기관들의 중국 관련 정보 수집은 통신과 메일, 그 밖의 디지털 의사소통에 대한 광범한 도청과 위성 영상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핵심 정책 결정권자를 둘러싼 이너 서클에 거의 접근하지 못해 중국의 의도나 계획 등을 예측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정보당국 활동에 밝은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지도부의 계획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정보 당국이 핵심 역량을 테러에서 중국으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지난 10월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중동 정세를 시끄럽게 하면서 미국이 정보 역량을 중국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정보 활동은 러시아와 견줘도 크게 비교된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확히 예측했고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의 발호도 꿰뚫고 있었다. 러시아 내부 고위 엘리트층에 우크라이나 침략 등 푸틴의 대외 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이 존재했고, 이들은 미국 정보 당국의 ‘푼돈’ 유혹에 기꺼이 ‘빨대’가 됐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2021년 3월 윌리엄 번스 국장 취임 이후 중국임무센터(CMC)를 설치해 중국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임무를 충실히 보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특히 번스 국장은 미국 버지니아 랭글리의 중앙정보국 청사 7층에 핵심 정보요원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회합하며 중국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이 전국적 규모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한 감시망을 꼼꼼히 짜는 등 방첩 활동을 대폭 강화하면서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가동이 더욱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보안 당국은 지난 8월 중국인 두 명을 간첩활동 혐의로 체포했다. 이 사건은 이들의 혐의가 사실인지는 둘째치고 미국과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방첩 활동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번스 중앙정보국 국장은 지난 7월 공개 포럼에서 “중국의 핵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믿을 만한 중국인 관료와 사업가를 물색해 정보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 관계자들은 중국이 방첩활동을 강화하더라도 시진핑의 강경 대외 정책 노선에 비판적인 중국 고위 관료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중첩된 중국 당국의 경계망을 뚫고 들어갈 ‘틈새’가 될 수 있다며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정보 당국자는 “중국 정보 획득이 어려운 과업인 건 맞다“며 “그렇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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