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수사 두 달 만에 사망…3차례 소환·밤샘 조사 결정적 물증 제시 못하자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先요청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두달 간 경찰 수사를 받아 온 배우 이선균(48)씨가 사망했다. 경찰에 세 차례 출석해 마약 검사와 고강도 조사를 받았던 이씨는 억울함을 드러내며 혐의를 부인했다. 물증 확보에 실패하며 책임론에 휩싸인 경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27일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씨의 사망과 관련해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조사는 피의자(이선균씨)의 동의를 받아 진행했고, 조사 때마다 변호인이 동행했다"며 최근 3차 소환 때도 이씨의 동의를 받은 후 밤샘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중 돌아가신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지난 9월부터 연예인 마약 사건을 집중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로부터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에 관한 진술을 확보했다.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우리 집에 와서) 최소 5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경찰 공식 발표에 앞선 지난 10월19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이씨를 대마·향정 혐의로 형사 입건한 뒤 10월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했다.
당시 이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차 출석에서 이씨는 소변을 활용한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1시간 만에 귀가했다. 이후 모발 등을 채취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1주일 뒤 이씨를 2차 소환해 3시간가량 조사를 벌였고,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으로 진술했다.
이씨는 "A씨가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며 범행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A씨 진술 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이씨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면서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2차 조사 후 49일 만인 지난 23일 이씨를 세 번째로 경찰에 소환했다.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한 이씨는 이튿날인 24일 새벽까지 19시간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마약 투약 혐의를 먼저 조사한 뒤 그가 A씨 등 여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피해자 진술도 받았다.
조사 종료 후 초췌한 모습으로 경찰서를 나선 이씨는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억울함을 드러낸 이씨는 이후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경찰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 변호인은 "A씨 진술대로라면 국과수의 정밀감정에서도 양성이 나와야 하는데 이씨는 음성을 받았다"며 "너무 억울한 상황이어서 A씨도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 누구 진술이 맞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백을 주장한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공원 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예종 연극과를 졸업한 이씨는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한 후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tvN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출연하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방송과 영화계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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