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튀김유값' 내리고 '치킨값' 올렸다
튀김유값 인하에도 제품값 인상 단행
가맹점주 수익 개선 요구 굴복 주장도
국내 치킨업계 1위 브랜드 bhc가 뿌링클 등 주요 치킨 가격을 올린다. 지난 2021년 12월 가격 인상 이후 약 2년 만이다. 특히 뿌링클, 골드킹, 맛초킹, 양념치킨 등 인기 메뉴들이 단숨에 3000원씩 오르는 등 인상률이 높았다.
2년 만의 인상이라지만
bhc는 오는 29일부터 치킨 메뉴를 비롯한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500~3000원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주문 중개 수수료,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가격의 인상 등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bhc가 가격을 올린 건 지난 2021년 12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00원 올린 이후 약 2년 만이다. 앞서 BBQ는 지난 2022년 5월, 교촌치킨은 올해 4월 각각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가격 인상 시기는 가장 늦었지만 인상폭은 가장 컸다. bhc치킨의 대표 메뉴인 뿌링클은 현재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 후라이드치킨과 골드킹은 현재 1만7000원에서 2만원으로 3000원씩 오른다. 바삭클은 2000원 오른 1만8000원에 판매된다.
튀김유 값 '인하' VS 원부자재가 '인상'
눈에 띄는 건 bhc가 가격 인상의 근거로 배달·주문 수수료와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들었다는 점이다. 앞서 bhc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이다. 당시에도 bhc는 배달 수수료를 가격 인상의 주요 근거로 지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배달비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던 시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배달 수요가 급감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들도 연초부터 배달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 탓이라는 설명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bhc는 불과 열흘 전 자체 튀김유인 '고올레인상 해바라기씨유'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지난 11월 2만1000원 인하분을 포함하면 3개월 새 24%를 낮췄다.
당시 bhc는 "해바라기유 원재료의 국제 시세가 다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튀김유 가격도 낮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튀김유 가격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치킨 원부자재 중 가장 고가인 튀김유 가격을 대폭 내리면서도 정작 제품 가격은 인상한 셈이다.
30%는 부족해?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감소할 경우 가격 인상을 통해 이를 만회하곤 한다.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니 가격을 인상해 목표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이는 지난해와 올해 주요 식품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 논리였다.
하지만 bhc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27.9%를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 2021년에는 영업이익률이 32.2%에 달했다.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 평균이 7~8%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고통 분담'을 해왔다는 bhc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가맹점의 가격 인상 요구에 가맹본부가 굴복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들어 수차례 진행된 가맹점주와의 상생 간담회에서 협의회 대표들은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 조치를 요구해 왔다. 그때마다 가맹본부는 소비자물가 안정 차원에서 협의회를 설득, 가격 조정을 최대한 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bhc는 "가맹본부는 공급사의 80여 개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 352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상생지원금 100억원을 출연하는 등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추가적인 수익 개선 요구에 대해 이제는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bhc 관계자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가맹본부와 협의회 양측이 서로 신뢰를 갖고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해왔다"라면서도 "수익이 너무 악화된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가격 인상 촉구에 어렵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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