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아닙니다, 안식처입니다”…걸작 예술품 가득할 3000평 공간
내년 인천공항에 ‘더프리포트 서울’
亞 최대 규모 자유무역지구 수장고
관세·무역 규제 없어 미술 투자 유리
세계 미술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韓
“전문 수장고 수요 계속 높아질 것”
지난 30년간 미술품 전문 딜러로 활동해온 전윤수 더프리포트 대표(중국미술연구소 대표)는 내년 4월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미술품 전문 수장고를 개관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준공된 글로벌물류센터(GDC) 시설 ‘스페이시스원(Spasys1)’ 5·6층 전층에 자리를 잡은 ‘미술품 금고’다. 국내 자유무역지역에 미술품 수장고가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대표는 최근 스페이시스원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더프리포트 서울은 공항에 인접하고 각종 무역 제한도 적용받지 않아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 유리한 데다 작품의 변질 우려가 없는 환경에서 미술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며 “주요 타깃은 한국 컬렉터들을 상대로 하는 해외 갤러리와 다수의 고가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하는 국내외 컬렉터들”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시스원의 연면적은 2만7107㎡(약 8284평)으로, 더프리포트 서울은 이 가운데 8909㎡(약 2970평)을 사용한다. 자유무역지역의 단일 미술품 수장고 가운데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고, 국내 미술품 전문 수장고 중에서도 가장 크다. 기획 전시나 ‘프리즈 서울’ 같은 국제 아트페어(미술 장터) 출품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 세계적인 명작들의 임시 보관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프리포트 서울은 개인 컬렉터나 미술관, 갤러리, 법인 등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프라이빗 수장고와 작품(피스) 단위로 맡길 수 있는 공용 수장고, 전용 엘리베이터, 리셉션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내부 설계를 완료했고 수장고와 보안시설 등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이다. 민덕인 스페이시스원 대표는 “향후 수요나 운영 상황에 따라 수장고를 한 층 더 증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더프리포트 서울은 설계 단계부터 미술품 수장고의 특성을 고려해 지어졌다. 층고는 최대 10m에 달하고 운송 차량이 수장고가 있는 층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어 대작도 쉽게 취급 가능하다. 또 미술품 이송 시 작품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바닥 전체를 완전히 평탄하게 만들었다. 미술품 보존에 핵심적인 항온·항습 시스템도 가동될 예정이다. 수장고에 입·출고 되는 모든 미술품은 바코드로 관리되고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 시설을 통해 보호받는다. 이용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수장고에 보관 중인 수집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더프리포트 서울과 같은 시설이 생소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자유무역지구의 수장고가 상당히 보편화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활성화로 미술품도 국제 거래가 많아진 데다 미술품이 투자 가치가 높은 대상으로 떠오르면서다. 오직 투자 목적으로 해외 미술품을 구매하는 경우 작품을 배송받을 필요 없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공항에서 바로 자유무역지역 수장고로 옮겨 보관할 수도 있다. 특히 자유무역지역에서는 모든 관세가 면제되고 관할 국가의 무역 관련 규제도 피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예술품 원작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지역이 아니더라도 관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기계적인 방법이 사용됐거나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된 예술품, 실용적 기능이 있는 작품 등에는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 경우 구매한 해외 작품을 자유무역지역에 두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일반 주거·사무 공간에선 미술품의 파손·도난 등에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지만, 전문 수장고의 경우 예술품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미술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대형 미술품 전문 수장고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 컬렉터들이 세계 미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한국 시장에 주목한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글로벌 미술품 전문 운송·관리 전문기업 앙드레셰뉴(André Chenue)는 최근 국내 미술품 운송 전문업체인 동부아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미술품을 수용할 만한 전문 수장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동안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갤러리 등이 자체적으로 수장고를 운영해왔지만 현재는 대부분 포화 상태다.
한편 더프리포트 서울은 내년 3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 바젤 홍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 대표는 “아시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우선은 그동안 미술계에서 쌓아온 경력과 네트워크, 노하우를 토대로 향후 3년 내 수장고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인천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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