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도시 뺏기고 병력도 모자란데…EU 자금 지원도 반토막?

이재호 기자 2023. 12. 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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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무상 지원 대신 대출 형식 검토…자금 규모 기존 계획의 절반도 안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출 형식으로 전환하고 규모도 절반으로 줄이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병력 부족으로 징집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의 자금도 줄어들 경우 러시아를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는 관련 논의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EU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반대를 피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최대 200억 유로(약 220억 달러) 규모의 대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500억 유로 원조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가 자금 지원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개시 결정 때문이었다.

이날 EU는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에 가입돼 있지만 러시아와 친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르반 총리는 그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해 왔는데, 이날 협상 투표에는 기권했지만 자금 지원은 거부했다.

이후 18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EU 정상회담을 내년 2월 1일 브뤼셀에서 개최할 것이라며, 오르반 총리의 거부권을 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찾기 시작했다. 기존 지원과 달리 대출을 통한 지원은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체는 "EU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할 대안을 모색해 왔으며, 오는 2월 1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헝가리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출을 통한 자금 지원이 가장 실용적인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EU 회원국들이 EU 예산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하도록 요구하고, EU 집행위원회가 내년 최대 200억 유로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대출 자금에 대해서는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우크라이나의 필요에 따라 최종 수치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이 계획은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국가들을 포함할 경우 EU의 모든 회원국들로부터 보증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계자들은 독일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일부 회원국들은 국가 보증을 위해 의회의 승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언론에 말하면서, 이 과정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3월까지 제공될 것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 계획은 2022년 EU 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단기 근로 지원 계획을 위해 EU 국가에 최대 100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했을 때 사용된 계획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부 도네츠크의 마린카에서 철수했다고 밝히며 이 지역을 점령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마린카라는 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군은 철수했다. 일부는 마린카 인근에, 또 다른 일부는 이보다 조금 더 먼 곳에 주둔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이 마린카를 해방시켰으며, 우크라이나 포병을 도네츠크에서 더 멀리 쫓아냈다는 보고를 했다고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박했으나 하루만에 사실을 인정하면서 동부 지역 전장에서 러시아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양측은 이곳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마린카 점령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입지를 상실했다"며 "러시아는 동부 지역 전체를 점령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현실화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EPA=연합뉴스

다만 우크라이나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날 크림반도 남부에 위치한 항구소디 페오도시야를 공격해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대형 상륙함인 노보체르카스크 호를 격침시켰다고 밝혔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이번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역시 이를 인정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기차역을 공습했다. 현지에는 피란민 140명이 있었는데 이들 중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병력이 부족해지면서 잘루즈니 사령관은 대규모 병력 징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병력 규모가 40만~50만 명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는 이를 위한 법령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의회 홈페이지에는 징집 기준 연령을 27살에서 25살로 낮추는 새 징집법 초안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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