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최수종, 미치도록 거란에 승리하고 싶은 고려 충신
10년 만에 사극으로 귀환한 배우 최수종이 GH연으로 안방극장 1열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지난 24일 방송된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 13회에서 강감찬(최수종 분)은 거란군을 철군시키기 위해 소배압(김준배 분)과 내통하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이를 야율분노(이상홍 분)에게 발각당하는 예측 불가 전개로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거란군에게 압송당한 강감찬은 창고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소배압과의 내통한 사실은 끝까지 함구했다. 고통을 대변하는 눈빛과 절규하는 최수종의 폭발적인 열연은 안방극장을 전율케 했다. ‘사극 대가’ 최수종이 선보였던 명품 연기 모멘트를 제작진이 전했다.
기만술-위장술-내통까지 강감찬의 빛났던 지략의 순간들이다. 강감찬은 고려 제8대 황제 현종(김동준 분)이 왕위에 옹립됨과 동시에 지방관리인 충주판관에서 예부시랑으로 중앙정계 무대에 등장했다. 강감찬은 조정의 기구조차 모르는 현종 곁에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조력자의 모습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특히 “미치도록 승리하고 싶사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사옵니다”라고 외치던 강감찬은 거란과의 2차 전쟁을 막기 위해 표문을 직접 작성, 거짓 친조를 들고 거란의 진영으로 들어가는 등 목숨 건 사투를 이어갔다. 강감찬은 뛰어난 언변으로 야율융서(김혁 분)를 완벽히 속이는데 성공, 이로 인해 동북면의 고려군이 서경에서 적과 응전할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왔다.
강감찬은 거란 맹공으로 개경까지 함락당할 위기에 놓이자, 항복 대신 황제의 몽진을 주장했다. 그는 “시간은 고려의 편이옵니다. 적은 고려 땅에 너무 깊이 내려와 있사옵니다. 그리고 적들이 돌아가야 하는 길목에는 아직 함락되지 않은 고려의 성들이 버티고 있사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적들이옵니다. 조금만 버티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사옵니다”라며 승리를 향한 결의를 불태웠다.
최수종은 냉철한 지략과 전략에 능한 강감찬 캐릭터에 완벽 몰입, 대신들과의 지략 대결은 물론 거란의 황제 앞에서도 굳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안방 1열을 장악했다.
자결 결심한 현종을 품에 안은 늙은 문관 강감찬의 오열도 인상적이었다. 현종은 고려를 지키기 위해 자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문을 잠근 채 단검을 뽑아 들었고, 이 소식을 알게 된 강감찬은 “이 늙고 고집 센 신하조차 품어주시는 황제가 필요하옵니다.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군주가 필요하옵니다”라며 울부짖었다. 또한 현종이 자결을 포기하고 강감찬의 품에서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자, 강감찬이 “오늘의 실수를 가슴에 새기시옵소서. 그리고 더 단단해지시옵소서. 폐하는 황제시옵니다. 신의 마지막 군주시옵니다”라며 황제의 등을 토닥여 주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최수종은 절제된 감정부터 가슴 저릿한 오열 연기까지 감정의 진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묵직한 무게감을 안겼다. 특히 고려인의 애환과 황제를 향한 굳건한 충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최수종 표’ 사극 연기는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아내를 지키지 못한 남편 강감찬의 애환이 있다. 강감찬은 누구보다 고려의 승리를 원하고, 어린 황제 현종이 진정한 황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신하다. 고려를 위한 일이라면 절대 고집을 꺾지 않고, 원칙만을 고수해 대신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한다. 강감찬은 자신의 독불장군 같은 성격을 지적하는 아내에게 늘 구박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차려준 고봉밥을 맛깔나게 먹는 ‘극과 극’ 모습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강감찬은 몽진을 떠난 황제를 대신해 황룡포를 입고 거란군을 따돌리는 위장술을 펼치는데 성공했지만, 전쟁에서 아내를 지켜내지 못한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거란군이 함락한 개경을 바라보다 “미안하오”라며 아내를 향한 미안함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수종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극 톤과 절제된 감정, 신의 경지에 오른 압도적 열연으로 ‘사극 대가’다운 진면목을 입증해 보였다. ‘고종 순종 최수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극의 아이콘’이 된 최수종의 명품 열연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등장만으로 명장면을 완성시키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주말 밤 안방극장을 감동으로 물들이는 최수종 활약상은 오는 30일 토요일 밤 9시 25분 방송되는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4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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