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노동기금’ 새해부터 빛 본다···울산동구, 예산 16억원 반영
새해부터 울산동구 실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대책과 별도로 긴급생활안정자금 융자와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동구가 자체 운영하는 노동복지기금(노동기금) 혜택을 볼 수 있다. 동구청이 내년 예산안에 16억원 노동기금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노동기금을 조성해 실직 노동자 구제사업을 벌이는 것은 전국 처음이다. 이 기금은 여야 지방권력의 협치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7일 울산동구에 따르면, 2024년도 당초예산안에 노동기금 조성 및 운영비 16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당초예산 1000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조성한다는 노동기금 조례에 따른 것이다. 동구는 지난 6월 해당 조례를 제정한 이후 재정여건상 기금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다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금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된 것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달 1일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2억원을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내년 기금 가용액은 18억원에 이른다. 동구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모두 100억여원 기금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년 ‘16억원+α’ 기금을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동구는 기본예산도 증액될 예정인데다 향후 민간단체와 기업, 상급기관 등의 협조를 얻으면 전체 기금이 1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 사용처는 실직 노동자 긴급생활안정자금 융자, 신혼·청년층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적립금 예치 등 크게 3가지다.
생활안정자금은 동구에 사는 노동자 중 부상과 질병·산재 등으로 1개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어 소득이 없는 구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1회에 한해 고정금리 1.5%로 500만원을 융자해 주는 지원이다. 1년 거치 2년 균등상환 조건이어서 총 3년간 융자혜택이 주어진다.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은 18~39세 청년·신혼 노동자에게 주택대출금을 최대 1억원 한도에서 최대 2% 이자로 1년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연간 최대 200만원의 현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동구는 지속가능한 기금운영을 위해 전체 기금 중 50%를 적립해 놓기로 했다. 장광호 동구노사지원계장은 “기금을 모두 소진하면 이후 발생하는 실직자 구제가 어려운 만큼 일정액을 예치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구는 내년 1월 중 실직기간을 비롯한 구체적인 지원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지원신청을 받는 등 노동기금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경기도·성남시 등도 노동기금을 조성하지만 주로 영어마을 지원 또는 각종 체험활동 지원 등 보조사업에 사용된다. 울산동구는 실직노동자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야 구분없이 동구 선출직들이 힘을 합쳐 노동기금을 만든 것도 눈길을 끈다.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은 국내 유일한 진보당 소속 단체장이다. 동구의회는 모두 7명 의원 중 국민의힘 소속이 4명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의기투합해 노동기금을 만들었다.
김 구청장과 국민의힘 소속 박경옥 구의회의장은 현대중공업노조이 기금 기탁을 결정하기 전 함께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노동기금은 ‘일하기 좋은 동구’를 만들고 노동자와 기업, 지역 구성원들이 상생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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