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60억 떼먹은 ‘악성 임대인’ 있었다… 정부, 17명 명단 공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은 ‘악성 임대인’의 명단이 27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중 관리 중인 악성 임대인은 370명이 넘지만, 이번에는 법 소급 적용 제한으로 인해 17명만 공개되는데 그쳤다.
국토교통부와 HUG는 과거 3년간 2회 이상 전세보증금을 미반환하고 채무액이 총 2억원 이상인 임대인들의 명단을 공개했다고 이날 밝혔다. HUG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공개 여부가 확정되면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반 국민들이 성명과 나이, 주소, 채무액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이번 공개는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허용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시행 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9월29일부터 10월19일까지 채무 불이행 기록이 있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2개월 동안의 소명 기간을 거쳐 확정됐다.
이날 개최된 1차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명단 공개가 확정된 건 총 17명이다. 악성임대인 명단은 국토부와 HUG 누리집, 안심전세앱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27일 공개된 명단에 따르면 악성 임대인 A씨는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65억6600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이는 A씨의 전체 채무가 아닌, 주택도시기금법 시행(9월29일) 이후 새롭게 발생한 채무만 합산한 것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악성 임대인은 32세, 많은 임대인은 72세였다.
HUG가 집중 관리하는 악성 임대인은 약 370명이지만, 이날 명단이 공개된 이들은 17명에 불과하다. 주택도시기금법의 소급 적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추후 심의위를 거쳐 내년 3월까지 90명, 내년 연말까지 450명의 악성 임대인을 추가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명단 공개를 통해 집주인 동의 없이도 악성 임대인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악성 임대인 명단을 확인해 전세 사기를 예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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