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내던지겠다” 밀레이, 공무원 5000명 계약해지…공공부문 대규모 감축
감축 규모 더 늘어날 가능성 높아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취임 첫 달부터 고강도 국가 개혁에 나선 가운데, 공무원 수천명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대규모 공공부문 인력 감축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밀레이 대통령은 올해 채용된 공무원에 대한 계약을 종료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1월1일 이후 고용된 공공 부문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계약 연장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노동조합 등은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공무원의 수는 5000~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이 90일 이내에 2023년 이전에 채용된 공무원들에 대한 계약 갱신 여부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감축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각종 공공정책 폐지와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며 “공무원들을 거리로 내던질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어 취임 후 “정치적 배경을 이용해 고용된 사람은 국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하고 싶은 직원으로부터 생산성, 업무, 급여를 빼앗아 간다”며 대규모 공무원 감원을 예고했다.
아르헨티나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아르헨티나의 공공부문 급여 노동자는 총 341만3907명으로, 전체 인구(4600만명)의 7.4%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 싱크탱크 지중해재단이 발표한 전체 고용노동자 수 대비 공공부문 인력 비율은 100명당 20명 수준으로, 노르웨이(31)‧스웨덴(29)‧덴마크(28)‧프랑스(21) 등 복지 선진국보다는 다소 적었고, 최저 수준인 한국(8)‧일본(6)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공무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공무원노조(ATE)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공무원들은 모든 경우에 필수 불가결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돌포 아기아르 ATE 사무총장은 “아무도 우리가 이 해고를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오랜 경제난과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극단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당선됐다. 취임 후 그는 우선적으로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에 나섰다. 그는 정부 부처 장관 수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9명으로 줄였고,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수십 개의 규제를 철폐하며 노동 시장 유연화 작업에 착수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를 50% 이상 평가절하하고, 모든 공공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취임 3주차를 맞은 밀레이 행정부가 단기간에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밀레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을 ‘독재자’에 비견하며 “군사독재 정부도 이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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