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을 한결같이”… 올해도 8천만원 두고 사라진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김동욱 2023. 12. 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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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수천만원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익명으로 기부해 지역에 큰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세밑 한파를 녹였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한 직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A4 복사용지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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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수천만원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익명으로 기부해 지역에 큰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세밑 한파를 녹였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3분 노송동주민센터에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인근) 이레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간단히 전하고 끊었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7일 ‘얼굴없는 천사’가 몰래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전주시 제공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한 직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A4 복사용지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을 세어보니 총 8006만3980원이나 됐다. 이로써 그가 그동안 총 25차례에 걸쳐 몰래 보낸 성금 총액은 9억6479만7670원이 됐다.

천사는 편지도 남겼는데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어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그의 성금 기부는 이런 방식으로 2000년부터 올해까지 24년째 지속되고 있다.

전주시는 천사가 베푼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주민에게 현금, 연탄, 쌀 등을 전달하고 지역 인재들에게는 장학금과 대학 등록금을 수여해 왔다. 이번 성금도 천사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사용할 예정이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런 천사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송동 주민센터는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개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천사의 나눔 정신을 기리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처음 제정한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 나눔상 수상자로 이 천사를 선정하고 시상금 2억원을 전주시에 전달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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