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 자금조달 34兆→47兆 확대… 은행, 기업금융 공략 강화
총차입금 중 대출 비중 올해 5.0%→9.1% 확대
대기업, 회사채 발행 예상…대출 수요 여전히 있을 듯
내년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이 기업금융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금리 하향과 환율 하락, 수출 증가 등 거시환경이 개선되면서 내년도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은행권은 내년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시장의 회복으로 대기업 대출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그동안 높은 금리 부담에 차입을 최소화한 중견·중소기업은 투자 확대를 위해 은행 대출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KDB미래전략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운전자본 확보에 치중됐던 기업 자금수요가 내년에는 설비투자 확대에 대응하는 생산적 방향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영업활동현금 개선세에 따른 투자활동 지출 확대로 인해 외부자금조달 규모를 올해 34조원에서 내년 47조원으로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고금리 충격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줄이고 지출 축소, 보유 현금 소진, 자산 매각 등으로 대응했던 기업이 내년부터 투자를 재개하고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외부 차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은행권의 기업금융은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장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일부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총차입금에서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대기업의 총차입금 증가분 중 은행 대출 기여도는 올해 14.7%였으나, 내년에는 4.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총차입금 증가분에서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서 9.1%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고금리 기간 대기업 대비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었던 중소기업 대출수요가 2024년에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실적 변동성이 낮고 재무건전성이 우월한 중견기업은 대출을 확대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대기업 대출 수요가 회사채 시장의 회복으로 일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탄탄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채무불이행 위기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2022년부터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인하되면서 내년도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채권 시장은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4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다가 올해 11조원대로 회복했다. 하지만 예년 발행 규모(30조원)로 볼 때는 아직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세진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기업의 자금수요 증가로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은 증가하겠으나, 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 선호가 더 높아지면서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고금리에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를 통해 건전성이 높은 기업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제외한 자체 가계대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게 중요해졌다”라며 “채권 시장의 회복으로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올해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중견기업의 수요 확대를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금융 확대와 함께 잠재 부실을 막기 위한 건전성 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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