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공공시설 돈 버는 시설로 바꾸는 법 [질문+]
만성 적자 지자체 공공시설 수두룩
398개 가운데 7006억원 영업적자
투자심사와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
공공시설 적자 줄일 대책 없을까
국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인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들. 이윤 추구보다는 공공서비스 제공에 치중하기 때문에 공공시설들은 만성 적자인 경우가 많다. 일례로 공공체육시설 10곳 중 9곳이 적자다. 문제는 공공시설이 적자일수록 지자체의 재정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그럼 돈 먹는 공공시설을 돈 버는 시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나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각종 스포츠시설이나 공공도서관ㆍ공영주차장 등을 한번쯤은 이용해봤을 거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이런 공공시설은 '주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민간시설보다 값이 저렴하다. 모자라는 재정은 지자체가 보전 혹은 지원해준다. 그렇다 보니 공공시설은 적자인 경우가 숱하다.
그럼 적자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일정 규모의 건립비용(광역지자체 200억원ㆍ기초지자체 1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공공시설로 한정해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의 재정 현황을 살펴봤다.
2022년 결산 기준으로 이런 공공시설은 총 398개였다. 총 운영비용은 1조3359억원, 총 운영수익은 6353억원이었다. 계산상 7006억원의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사실 공공시설이 어떤 유형(복지ㆍ문화ㆍ체육ㆍ기타 등)에 속하느냐에 따라 운영수익에 편차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시설별 운영비용과 운영수익의 편차가 크고, 비용 대비 수익이 시설마다 지나치게 다르다는 점은 문제다.
예컨대 강원 삼척시의 해양레일바이크는 운영비용이 53억원, 운영수익이 18억원으로 비용 대비 수익이 34.0%였다. 반면 경남 거제시의 거제문화예술회관은 운영비용이 39억6000만원, 운영수익이 40억2000만원으로 비용 대비 수익이 101. 5%에 달했다.
문제는 또 있다. 사용자가 많은 데다 응익부담의 원칙(서비스 혜택을 받는 양만큼 조세를 부담하는 원칙)에 따른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체육시설조차 적자를 면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156개의 체육시설 중 흑자를 기록한 시설은 19개소(12.2%)에 불과했다. 이러면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공공시설을 건립할 때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다.
일례로, 지자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려면 투자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심사 단계에서의 총사업비와 실제 사업계획서상 총사업비가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수요 예측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인구를 추정할 때부터 예산을 과하게 계상하는 경우가 많다.
종합하면, 사전 투자심사와 수요 예측의 실패로 공공시설의 적자가 심화하고, 이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커졌다는 얘기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각 지자체가 잘못 지은 공공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단 건립한 공공시설에는 운영비를 투입해야 한다. 인건비, 유지관리비, 사업비(프로그램비) 등이다. 이중 유지관리비는 공공시설의 연한이 지날수록 늘어난 특성을 갖고 있다. 공공시설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단 거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시설의 운영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365를 통해 건립비용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공공시설의 현황만 공개하고 있다.
그럼 지자체 공공시설을 제대로 운영할 대책은 없을까. 다양한 대책을 병행한다는 전제를 깔면 대책은 있다. 크게 재정적 대책과 공급관리 대책 두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재정적 대책으로는 첫째, 적정한 사용료 지불 방안을 마련해 공공시설의 적자를 줄이는 거다. 그래야 지자체 스스로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부에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시설에서 사용료를 올려 받아도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시설은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구매하지 않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는 특징(배제성)을 가진 '클럽재'다.
따라서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적정한 사용료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시설의 유지관리와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물론 수익자 부담 원칙 적용에 따라 서비스가 배제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바우처 지급 등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시설비 총량제'를 도입해 효율적으로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시설비 총량제란 도로ㆍ건물ㆍ교량 등 시설의 유형을 분류한 다음, 시설비와 관리비를 일정한 한도 내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셋째, 수요 예측을 과도하게 하고, 총사업비를 너무 많이 계상하는 행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투자심사를 할 때 총사업비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엄격한 검증을 통해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제고하자는 거다.
이번엔 공급 관리 측면에서의 대안을 보자. 첫째, 도시와 지역별 시설 유형의 다각화를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읍邑ㆍ면面 지역 공공시설은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노인인구가 많다. 동洞 지역은 이용자도, 청년인구도 상대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공공시설도 지역별 특성에 맞게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이용률이 높아진다. 공공시설 건립을 추진할 때 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지자체별로 공공시설 총량을 관리하고, 종합적인 공급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공공시설의 이용을 활성화할 방안을 연구할 필요도 있다. 이용이 저조한 시설이 있다면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거다. 성과지표를 설정해 시설 운영의 책임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보자. '지자체 공공시설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니까 적자는 당연하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공공성을 높이면서도 흑자를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는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쓰지 않겠다는 마음 자세의 문제이기도 하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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