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기는 의대 정원 논의···19년만 증원 이번엔 가능할까
정부와 의사단체가 올해 마지막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스무 번이 넘는 회의가 열렸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합의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 반영을 목표로 의대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23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회의다. 지난 1월부터 의료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의협 간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한 후 주요 논의 창구로 쓰여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돼있다. 애초 혁신전략에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이 담길 것으로 검토됐다가 의료계 반발에 증원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계와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를 연말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논의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와 의협은 지난 10월 이후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증원 규모와 관련해서는 대략적인 범위도 합의하지 못했다. 의협은 지난달 22일 열린 18차 회의에선 정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대해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항의하며 회의 시작 30분 만에 퇴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은 다른 필수의료 대책과 함께 ‘정책패키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월 이후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의료사고 부담 법적 완화와 수가 인상 등 의사들에 ‘당근책’이 될 수 있는 필수의료 대책들을 주로 논의해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도 그간 얘기해 온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내용을 또다시 종합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수가 인상 등 고난도·고위험인 필수의료에 대해 핀셋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했고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법제화 등 의사의 사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의대 정원 문제는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증원 숫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 과장은 “오늘 논의한 주제가 많아 의대 정원 얘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며 “증원 규모보다는 서로 다른 근거와 논리를 설득해가는 방법의 측면에 대해 얘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의협이 스무 번 넘게 만나고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진척이 없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26일 의협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 모집정원이 3500명인데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묶여 있으며 대리처방·수술·시술 등 불법의료가 만연하고 있다.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며 “1000명 이상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국책기관과 전문 연구자들의 통계와 연구 결과를 모조리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공개 질의를 이달 29일까지 답변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2025학년도 입시에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증원안을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복지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40개 대학이 제출한 의대 입학정원 수요조사 서류를 검토하고, 별도로 구성한 현장점검팀이 결과를 토대로 증원 수요와 수요 역량에 대한 점검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22일 “(각 의대가 요구한 증원 규모가 타당한지를) 현장조사하고 있고, 연말까지 숫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17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어 ‘최후의 수단’이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총파업 등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3%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등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의료계에서도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국립대병원·의료원 등은 증원에 찬성하는 등 분열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이날 회의 후 “여러 가지 데이터와 서로의 입장들을 (정부와) 계속 공유를 해왔는데 입장 차를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지금 나타나는 의료계 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가 된 상태”라며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어느 정도 결과물을 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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