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한동훈은 왜 불출마를 선언했을까?
전략적 선택 VS 불가피한 현실
당을 위한 헌신 VS 험지 피한 무책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튿날인 27일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지만 당의 승리를 위해 헌신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초선 의원 대신 대선 직행, 중진·영남 물갈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접전지나 험지에 출마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지역구, 비례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하겠지만 제가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실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국회가 대단히 중요하고 국회의원이 되어서 입법 활동을 통해서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았다. 말로만 헌신하겠다고 하면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출마는 일종의 헌신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치인 비하는 아니다”라며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당내에선 이날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안철수 의원 KBS 라디오) “초스피드로 본인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박민식 전 국가보훈처 장관 SBS 라디오) 등 호평이 나왔다.
한 장관의 불출마 선언은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이 그리는 대선 가도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국회에 초선 의원으로 들어가서 300명 중 하나가 되기보다 다시 공직을 맡아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를 성공시키는 모습으로 대권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 당선이 쉬운 지역구를 택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별화를 노렸다는 의견도 있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차기 당권을 노리면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관측도 한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가 총선도 지고, 대표도 물러난 황교안 전 대표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총선에서 큰 폭의 물갈이를 예고한 측면도 있다. ‘인요한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당이 1개월 이상 버티다가 장제원 의원 불출마,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이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혁신의 키를 넘겨받아 선제적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공천 개혁을 위해 자기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영남 지역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공천에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출마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어차피 지역구에 붙잡히면 전국 선거를 지휘할 수 없다. 강남이나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으면 다들 욕한다”며 “이런 계산 속에서 (불출마가) 나온 것이지 대단한 결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격전지나 험지에 출마하기에는 낙선에 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여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찾아가서는 명분을 챙길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비례대표 출마도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위성정당으로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런 위기 때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예를 들어 한동훈 같은 선수가 서울 관악구에 나왔더니 여론조사가 대등하게 나온다, 이래야 주변 지역에도 동반상승 효과가 있다”며 “당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았는데 총선에서 접전지도 험지도 안 나오겠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전날 유승민 전 의원은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 포지션으로 총선을 치르고 자기만 불출마한다니 굉장히 실망스럽고 생뚱맞다. 험지 지역구에 출마하든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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