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와 일진일퇴···EU, 헝가리 ‘어깃장’에 우크라 우회 지원 검토

선명수 기자 2023. 12.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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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 동부 페오도시야 항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해군의 함대 위로 붉은 화염이 치솟고 있다. 텔레그램 채널@VentdeCrimee /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요 전선에서 일진일퇴하며 세밑 전투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26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름반도 동남부 항구도시 페오도시야를 순항미사일로 타격, 러시아 해군의 대형 상륙함인 노보체르카스크를 격파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크름 자치공화국 당국은 이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상륙함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실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4년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는 개전 이후 크름반도를 우크라이나 남부 장악을 위한 미사일 및 군수품 기지로 활용해 왔다. 특히 러시아군이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내륙을 향해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에 큰 위협이 됐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에도 러시아 전함을 타격하는 등 올해 들어 크름반도 내 러시아 흑해 기지를 공격하는 데 박차를 가해왔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흑해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1~10월 크름반도와 러시아 흑해 함대를 겨냥해 최소 155차례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 공세가 강화되자 러시아군은 함대의 모항인 서남부 세바스토폴에서 우크라이나 내륙과 먼 페오도시야 등 동쪽 항구로 함정을 이동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으로 크름반도 남동쪽 항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사정권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지난 1년간 러시아의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노력이 실패한 가운데 드문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세에 우크라이나군이 밀려났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고 밝힌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 마린카에서 퇴각했다고 인정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우리 군은 마린카 외곽으로 이동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정착촌 경계를 넘었다”며 “마린카라는 도시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라며 러시아군의 점령 주장을 부인했지만, 결국 하루 만에 병력 철수 사실을 시인했다.


☞ 러시아 “우크라 동부 마린카 점령”···우크라는 부인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12261148001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 주도 도네츠크시에서 서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마린카는 전쟁 전 인구 1만명의 소도시였지만, 수개월간 지속된 격전으로 현재는 주민들이 모두 떠나 사실상 ‘유령 도시’가 된 상태다. 그러나 이곳 방어선이 무너지면 러시아군은 인근 마을인 쿠라코우, 불레다 등으로 진격하며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전체를 점령하려는 목표에 한층 가까워지게 된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마린카 전투를 지난 5월 피비린내 나는 격전 끝에 러시아군에 함락된 바흐무트 전투와 빗대며 “바흐무트와 상황이 똑같았다. 거리마다, 블록마다 우리 군이 표적이 됐고 우리 병력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남부 헤르손주의 기차역에도 공습을 가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기차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던 피란민 약 14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제55분리 포병여단 소속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최전방 마을인 마린카 인근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전선의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양측 모두 병력 충원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무기 고갈에 서방의 지원마저 줄어들며 우크라이나군의 위기감은 커진 상태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 지난 14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500억유로(약 72조원) 규모의 EU 지원금마저 ‘친러’ 헝가리의 어깃장으로 좌절된 상황이다.

헝가리의 반대로 지원안이 불발되자 EU는 200억유로(약 29조원) 규모의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플랜B’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몇몇 회원국이 EU 예산에 보증서를 발행, EU 의회가 자본시장에서 대출을 받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내년 2월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도 헝가리가 지원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우회책’으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기존안과 달리 국가 신용등급이 높은 몇몇 회원국의 보증만 있다면 실행 가능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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