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역량 끌어올리는 'IB교육' 순항 중…도입 1년 만 기반 다져
단순히 배우고 익히는 것을 넘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찾아가는 학습. 단편적인 암기보다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적합한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교육. 경기형 국제바칼로레아(IB)교육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임태희 교육감의 취임 이후 급변하는 미래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이 같은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IB교육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해왔다. 도입 초기 다양한 기대를 낳았던 IB교육은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점차 학생들이 재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IB교육 도입 1년을 맞아 그간 경기교육의 성장을 견인해 온 IB교육의 성과와 미래를 진단하고자 한다.
■ IB교육, ‘탐구-실행-성찰’ 중심 교육으로 기존 틀 깨다
IB는 탐구-실행-성찰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IB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목적, 환경, 문화, 학습’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이뤄져 있다. IB는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학교급별로 구분되는데,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등교육 프로그램(Primary Years Programme, PYP)은 전통적인 교과의 경계를 초월한 학습을 추구하며 6가지 초학문적 주제를 연속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학습능력을 키운다. 중학교에서 운영하는 중등교육 프로그램(Middle Years Programme, MYP)은 PYP에서 다룬 6가지 초학문적 주제를 6가지 세계적 맥락으로 확대하고 더욱 깊게 탐구한다. MYP에서는 개별 교과에 대한 이해과 교과 통합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디플로마 프로그램(Diploma Programme, DP)은 6개의 교과군의 과목과 3개의 핵심과정(Core)로 구성되며, 평가를 거쳐 디플로마를 취득할 수 있다.
■ 관심학교 30개교 중 18개교 후보학교 운영…경기형 IB교육 순항
도교육청은 지난 2월 지역 내 학교의 신청을 받아 초등학교 14곳, 중학교 11곳 등 총 25개교를 관심학교로 지정했다. 이후 초교 3곳, 고교 2곳이 자체적으로 관심학교 등록을 해 관심학교는 총 30개교로 늘었다.
당초 1년간 관심학교 운영을 통해 IB교육 철학을 공유하고 교원의 IB 실천 역량을 강화하려 했지만, 학교 현장에서 IB교육에 대한 실천 의지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초교 10곳, 중교 7곳, 고교 1곳 등 18곳의 학교가 후보학교 단계로 진입해 IB교육을 운영 중이다.
IB 후보학교에서는 개념기반 탐구학습, 학습법(ATL), 교수법(ATT) 등을 반영한 수업과 평가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학교안 전문적학습공동체, IB본부의 인스쿨 워크숍 등을 개최해 소속 교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학교 공개의 날’을 통해 학부모 및 도내 교원들과 IB수업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IB교육이 도내에서 순항할 수 있었던 건 IB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교원들의 역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IB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해 IB국제공인 전문강사 연수(70명)와 대학 연계 IB 전문가과정(100명)을 진행하고 있고, IB 이해 입문과정 원격연수와 교장, 교감, 코디네이터, 수석교사, 사서교사 등 교원의 역할에 따른 개별화된 연수 등을 통해 약 4천500명의 교원에게 역량 강화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IB교육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타시도 인증학교 공개수업 참관 ▲학부모 대상 설명회 ▲IB프로그램 리플릿과 이해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지난 달 14일 서울대학교와 업무협약을 한 것도 IB교육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국내 교육체계 내에서 IB교육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만큼 국내 최고 대학과의 업무협약을 통한 기반 마련은 중요한 가능성을 선보인 일이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현장 교사가 서울대의 IB교원 실천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업과 평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했다.
■ IB교육 1년 성과 공유 콘퍼런스 성료…초→중→고 연결망 마련
도교육청은 IB교육 도입 1년을 맞아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400여명의 교원이 참여한 가운데 미래교육 IB콘퍼런스를 열었다.
서울대 교원양성혁신센터 송진웅 교수를 좌장으로 IB프로그램 적용에 대한 토론부터 만선초, 서해중, 광명서초, 개산초 등 다양한 학교들이 성공적으로 IB교육을 추진한 사례도 공유됐다.
도교육청은 이제 IB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다시 고등학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학교를 확대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는 IB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관심학교나 후보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각종 설명회와 연수 대상을 일반학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임태희 교육감은 “IB프로그램은 학생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토론 중심 수업과 공정하고 객관성을 갖춘 논·서술형 평가로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경기 미래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며 “IB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교육의 방법과 평가를 새롭게 바라보고, 학생들의 재능과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교육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5명 꿈 자라는 소규모 학교 개산초, IB교육 타고 훨훨
안성 개산초등학교는 안성시 개산면에 있는 소규모 학교다. 55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며 커가는 곳, 이곳이 IB교육을 만난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개산초는 지난 3월 IB관심학교로 선정돼 IB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면서 IB철학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IB후보학교 운영을 준비해왔다. 이후 지난 7월 IB후보학교 지위를 획득한 계산초는 IB본부 컨설팅을 바탕으로 인증을 준비하면서 전 학년에 초학문적 주제 탐구 단원을 운영했다.
개산초는 IB교육을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로 아이들의 흥미를 꼽았다. IB교육 자체가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인 만큼 질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학생들이 다양한 질문으로 학습에 대한 흥미를 키워갔다는 것. 그 결과 학생들은 그동안과 다른, 다양한 결과물들을 도출해내면서 스스로 학습했던 내용과 이에 따른 결과를 분석, 앞으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교육까지가 가능해졌다.
개산초에서는 각 학년별로 초문학적 탐구 단원을 운영했는데, 예를 들어 1학년의 경우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초학문적 주제를 바탕으로 가족, 친구, 공동체 및 문화를 포함한 인간과계라는 세부 주제를 설정하고 우리나라의 추석 문화부터 세계 여러나라의 명절,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마음까지를 탐구하는 방식의 수업이 진행됐다.
4학년 학생들은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식’을 초학문적 주제로 해 경제활동과 그것이 인류·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세부 주제를 살폈고, 연결, 인과관계, 기능 등을 주요 개념으로 두고 학습을 진행했다.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내면화하고 학습을 조정할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기 조절 학습을 지원해온 개산초 관계자는 “IB교육은 1학년에 입학한 학생이 6학년이 될 때까지 어떤 내용을 학습하는지 36개의 탐구 단원이 제시돼 6년간의 교육활동이 연속적으로 이뤄진다”며 “또한 수준별 학습을 지원할 수 있고, 모든 학습의 바탕에 개념과 탐구를 추구해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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