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곳간 안턴다' 부인하지만…하림에 휘둘린 팬오션의 증언

이동희 기자 2023. 12. 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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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매각측에 잔여 영구채 3년 유예 요청으로 '곳간 논란' 증폭
팬오션, 과거 하림USA 지원·주식담보대출 계약 10건 등 '전력'
HMM의 컨테이너선.(HMM 제공)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이제 팬오션에서 HMM으로 바뀌지 않겠습니까."(해운업계 관계자)

하림그룹의 HMM(011200) 인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HMM 매각 과정에서 등장한 '곳간 전락' 우려는 "HMM의 유보금은 HMM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 사용돼야 한다"는 하림그룹의 입장문 발표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운업계의 걱정 한가운데에는 과거 팬오션(028670)의 하림USA 지원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10조 유보금 빼먹을라 우려…하림 "HMM 글로벌 경쟁력에 최우선 사용"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전날(26일) "HMM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의혹이나 부당한 추측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면서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8일 국내 최대 해운사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팬오션을 앞세운 하림그룹은 HMM 매각전에 6조4000억원을 써내며 동원그룹을 제치고 인수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림그룹은 산은과 HMM 매각 세부 조건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는 HMM의 유보금이다. 코로나19발 해운특수로 돈을 쓸어담았던 HMM은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익준비금 등을 제외한 배당 가능 재원은 9조원 수준이다. 10조원에 달하는 현금은 HMM 매각전 과정 내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림그룹을 비롯해 동원그룹 등 자금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중견기업이 HMM을 인수하면 결국 배당 등을 통해 막대한 유보금을 챙겨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HMM 매각전에서 인수금융 등 자본조달이 중요한 잣대가 됐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 주체로 그룹 해운 계열사 팬오션을 내세웠다. 팬오션은 현금성자산, 유상증자, 선박 유동화 등으로 3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인수금융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003380)는 차입금만 약 6조7000억원이다. 팬오션이 인수전 전면에 나선 것도 하림지주 운신의 폭이 좁아서다.

하림그룹이 산은에 요청한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3년 유예'도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산은 등 채권단은 1조6800억원의 잔여 영구채도 함께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림 측은 3년 유예를 요청했다. 하림 측의 요청이 성사되면 하림그룹의 HMM 지분율은 38.9%에서 57.9%로 높아져 3년간 약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서울 중구 팬오션 사옥. 2015.6.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하림그룹 돈주머니 '팬오션'…과거 적자 늪 하림USA 구원투수 등판 사례

하림그룹의 과거 행보도 재조명되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난 2011년 하림USA를 통해 미국의 대형 닭고기 전문업체 앨런패밀리푸드를 인수했다. 공격적인 투자 후 하림USA는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팬오션이다.

하림그룹은 2021년 팬오션을 상대로 30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하림USA에 팬오션 자본을 투입한 것. 당시 팬오션이 떠안은 하림USA의 지분 가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93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하락했다.

이 밖에 하림지주가 팬오션 주식을 활용해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계약도 10건에 달한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돈주머니'라는 지적이 늘 따라다니는 이유다. 하림그룹은 이번 HMM 인수에서도 유상증자 등으로 팬오션을 적극 활용했다.

HMM 노조는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HMM 노조 제공)

◇HMM노조 "하림 선정 배경과 근거 밝혀야" 주장

HMM 내부 반발도 거세다. HMM 노조는 최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하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배경과 근거를 명확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주식매매계약에서 어떠한 조건들이 협의가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협상조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공개하라"며 "어떤 명분으로도 하림이 자신들의 사업에 자본을 유용하는 것은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림그룹은 "HMM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현재 진행형인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게 하림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HMM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팬오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수합병(M&A) 이후 5년간 배당을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성실한 협상으로 절차를 잘 마무리하면 HMM을 자랑스러운 국적선사로 발전시키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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