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에 한번 이식하면 3년 동안 피임 99%…美 접수하고 중국⋅한국 여성 공략 시동
미국 10대 여성 청소년 13% 피부 밑에 이식
韓 19~39세 성인 47%, 불규칙 피임
“한국 여성 계획하지 않은 임신 우려 높아”
“정확한 피임법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미국의 10대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이 역사적 최저치에 도달한 가운데,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임신 억제 호르몬을 피부밑에 이식하는 피부 이식형 피임법이 확산하고 있다. 피부 이식형 피임 기구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는 미국 유럽을 넘어 중국 인도 한국 등 시장 확장에 나섰다.
◇ 미국 10대 여성 청소년 사이에 확산
2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장기 지속형 피임법 중 하나인 피하 이식형 피임법이 최근 크게 늘었다. CDC가 지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15년부터 2019년 응답자의 13%가 이 피임법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조사 결과인 0.6%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CDC 보고서 공동 저자인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 조이스 아브마(Joyce Abma) 박사는 “미국 십 대 임신과 출산 감소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임법으로는 콘돔과 머시론과 같은 먹는 피임약, 미레나·카일리나·제이디스 처럼 자궁에 삽입하는 피임 기구, 피하 이식형 피임 기구가 있다. 자궁 삽입 피임 기구는 말 그대로 자궁 안에 T자 형태의 기구를 넣는 방식이다. 한번 기구를 설치하면, 5년 이상 피임에서 벗어나지만, 질을 통해 자궁으로 직접 기구를 넣는 방식이 부담스럽고, 자궁 기형이 있거나, 자궁근종 등이 있으면 삽입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피하 이식형 피임법은 팔 안쪽 피부 아래에 호르몬을 배출하는 피임 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계 다국적 제약사 오가논이 개발한 임플라논(성분명 에토노게스트렐)이 처음인데, 성냥개비 크기의 막대에 배란을 억제하는 합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틴이 들어 있다.
이 호르몬은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을 걸쭉하게 만들어 정자 난자의 자궁 내 착상을 막는다. 한 번 이식하면 99% 이상의 피임 효과가 3년간 지속된다. 미국 10대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이식을 받았을 정도로 임플라논은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임플라논의 개량 버전인 넥스플라논의 2021년 매출은 8억 3400만 달러(약 1조 800억 원)를 기록했고, 이 제품의 매출은 오는 2025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 한국 19~39세 성인 47% 불규칙적 피임
미국 유럽에 임플라논이 출시된 것이 벌써 20년 전의 일이지만, 이 제품이 인기를 끈 역사는 길지 않다. 지난 2011년 임플라논 미국 매출은 2억 9400만 달러(약 3800억 원)에 불과했다. MSD는 2015년 임플라논의 차세대 제품인 넥스플라논을 출시하면서 미국 전역에 피임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치면서 날개를 달았다.
MSD는 맨디 무어 등 유명 여배우와 ‘활동적 여성’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제품 개선에 나섰다. 임신 예방률을 99%로 끌어올렸고, 크기는 3~4㎝ 정도로 줄여 시술 불편과 통증을 최소화했다. 피임 지속 기간은 3년으로 늘렸다.
임플라논으로 서구권을 접수한 오가논은 동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은 동아시아에서 일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면서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고, 피임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피하 이식형 피임 기구 시장이 올해 10억 6000만 달러(약 1조 3700억원)에서 오는 2036년 30억 달러(약 3조 9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한국은 피임에 대한 인식이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년간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 중 13~18세 청소년과 19~39세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피임 빈도는 각각 45%, 47%로 상당수가 불규칙한 피임을 하거나 전혀 피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피임 방법으로 콘돔(85.3%, 62.3%), 질외사정(64%, 60%), 월경주기법(42.7%, 36.6%)을 꼽았다. 질외사정과 월경주기법은 피임이 실패할 가능성이 각각 27%, 25% 된다. 콘돔 역시 정확히 사용하지 않으면 피임 실패율이 최대 15%에 이른다. 먹는 피임약도 정해진 시간에 제때 복용하지 않으면 피임이 실패할 가능성이 최대 8%까지 높아질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로앤산부인과의원 송성욱 원장은 “피임에 대한 인식과 인지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적절한 피임 방법으로 보기 어려운 방법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며 “피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은 적극적 교육 및 홍보를 통해 피임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