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공원 인근 차량서 숨진 채 발견 타살 흔적 없어 극단적 선택 가능성 경찰, 이씨 사건 ‘공소권 없음’ 처분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배우 이선균씨(4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유서 형태의 메모를 남기고 차량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차량 침입이나 타살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찰은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숨짐에 따라 이씨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나머지 관련자 수사는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서울시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에 세워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남편이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에 나서 18분 만에 이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이씨 가족이 유서 형태의 메모를 남겼다고 밝히고, 이 씨 차량 조수석에서 번개탄이 발견됐다. 차량 침입이나 타살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시점은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어서 이씨가 강한 심리적 압박과 억울함,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올해 서울 강남 유흥업소 여실장 A씨(29)의 서울 집에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여러 차례 피우거나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우리 집에 와서) 최소 5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지난 10월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처음 출석해 마약 간이 검사를 받은 뒤 지난달 4일 경찰에 2차로 출석해 3시간 동안 진술했다. 이씨가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23일엔 3번째 소환 조사를 받았다. 3차 조사 때 이 씨는 경찰의 심야 조사 요청을 수용해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19시간 동안 심야 조사를 받았다.
3차 조사에서도 이씨는 “A씨가 ‘처방받은 수면제 같은 것’이라고 줘서 받았고, 마약인 줄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이씨는 3차 소환조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씨 변호인은 “경찰이 ‘A씨 의견은 이런데 어떤 의견이냐’는 식으로 피의자 신문을 했다”면서 “경찰의 3차 조사는 사실상 대질조사나 다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3차 조사를 받던 날 오후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씨는 마약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A씨 진술뿐이라며 누구 말에 신빙성이 있는지 거짓말 탐지기 조사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 이씨 변호인은 “A씨 말대로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에서도 양성이 나와야 하는데 이씨는 음성을 받았다”면서 “너무 억울한 상황이어서 A씨도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 누구 진술이 맞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A씨로부터 ‘이씨가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 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걸 봤다’는 진술를 확보했다는 추가 보도 등이 전날 나오면서 억울함과 심리적 압박감, 수치심이 더 심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의 수사 진행 방향이 이씨가 마약을 했을 것이라는 단정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면서 “이씨가 공인이라 하더라도 비위 사실에 대한 공표는 무분별하게 행해지면 안 되는데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언론·유튜브 등으로 이슈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씨가 공인이다 보니 불합리한 수사에 대해 마음대로 주장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이씨의 극단선택은 억울함, 심리적 부담감, 수치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게 된 결과물로 보인다”면서 “공인이라 하더라도 경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는 이번 사건과 같이 극단 선택으로 이뤄질 수 있으니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소명된 후 공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마약류 투약 혐의를 수사해온 인천경찰청은 ”사망한 분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다“면서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 등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압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는 “이씨를 소환조사할 때마다 두명의 변호인이 참석했다“면서 “강압수사를 했다면 변호인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일축했다.
인천경찰청은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이씨를 포함해 모두 10명을 수사하거나 내사해왔다. 이 가운데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은 ‘무혐의’로 판단해 검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