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치며 “난 비례 2번”…과거 비대위의 ‘셀프공천’ 논란 사례는?

이가영 기자 2023. 12. 27. 13: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취임 일성으로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밝혔다. “내가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며 ‘헌신’이라는 단어도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을 이끌었던 비대위원장들이 공천권을 스스로에게 행사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직행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먼저 희생함으로써 앞으로 ‘물갈이’ 과정에서 나올 반발을 초기에 차단했다”는 말이 나왔다.

◇김종인, 탈당 암시하며 “비례 2번”… 비판 버티며 승리 견인

2016년 1월 17일 국회에서 김종인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DB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삼고초려로 모셨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했다. 문 대표 대신 비상대책위 대표 자리를 맡으며 강력한 공천권을 휘두르게 된 김종인 당시 대표는 이해찬, 정청래 등 당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혁신’을 단행했다.

그러나 친노‧친문 진영의 반발을 사게 된 김 대표는 비례대표 명단 발표 이후 역풍을 맞게 됐다. 김 대표가 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예측은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2번’이었다. 비례대표 1번은 여성 몫이어서, 사실상의 최우선 순위에 스스로를 꽂은 것이다.

당내 친노‧친문 진영은 “셀프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의 순번을 14번으로 내리는 대신 그가 주장한 공천 대부분을 수용하는 형식의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나를 욕보이게 하는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시사하며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 자택을 찾아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당내 기 싸움에서 승리한 김 대표는 당에 복귀해 총선을 진두지휘했고, 야당이던 민주당을 제1당 지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와 사이가 틀어진 김 대표는 이듬해 탄핵 정국 이후 민주당을 탈당했다.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그는 탈당으로 의원직을 잃게 됐다.

◇박근혜는 비례 11번… 당시도 김종인 “1번 받으셔야”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조선DB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2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현역의원을 대폭 물갈이하는 공천개혁안을 내놨다. 텃밭인 서울 강남과 영남권 의원들에게는 불편한 소식이었다. 일각에서는 “박 비대위원장도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때 박 비대위원장의 ‘비례대표 1번’ 출마를 제안한 인물이 있었다. 김종인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이었다. 그는 “총선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한 지역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 11번을 받았다. 1번과 불출마의 중간인 셈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은 당시 총선에서 비례대표 25석까지 당선됐다. 박 위원장은 4선 금배지를 달았고, 이듬해 대선으로 직행했다.

◇이재명은 비대위원장 통한 ‘셀프공천’ 논란

2022년 6월 박지현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굳은 표정으로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비대위원장 본인은 아니지만, 당내 거물급 정치인 공천으로 논란을 빚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추대했다. 동시에 “파격”이라며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세웠다.

이 체제에서 치러진 그해 6월 재보선 및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단수 전략 공천됐고, 승리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당은 참패했다. 시도지사 17석 중 5석만을 챙겼다.

이후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이재명 위원장이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말해 ‘셀프공천’ 논란이 일었다.

그해 8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당시 후보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박지현 위원장과) 여러 의견을 나눈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제가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그것을 셀프공천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제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당 시스템을 무력화하거나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