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號 SH의 2년]⑩ "문어발 사업확장은 '무죄'?"
"지방자치·지방공기업 책무 무시한 과욕" 지적도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서울시의 주택 공기업 수장으로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과감한 발언으로 '부동산 정책 저격수'란 별명까지 가졌던 김 사장은 재야에서 외쳤던 주장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또 그 성과는 시민에게 적합하고 만족하는 수준일까.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이외 지역에서 추진되는 3기 신도시 건설에 SH공사가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김헌동 사장의 야심은 만만찮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특정 지자체 소속 개발 공기업이 다른 지역의 택지개발 시행을 맡겠다는 것이어서, 경기도시공사나 인천도시공사 등 다른 지방 개발 공기업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한강 리버버스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SH공사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SH는 지난달 구리토평2지구와 광명시흥·남양주왕숙2·하남교산·과천 등 정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토부에 공식 건의했다. 10월 광명 시흥과 과천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 4개 지구에 사업시행자 참여를 통한 공공주택(임대주택 등) 용지 확보를 제안한 데 이어 요청 택지를 늘리며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더해 지난 9월에는 한강에 마포와 여의도, 잠실 등을 오가는 리버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SH는 내년 예산안에 리버버스 건조 비용을 책정하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김 사장은 SH의 사업이 부족하다고 꾸준히 언급해왔다. 지난 3월에도 SH가 태릉골프장과 양원지구 등 사업을 LH 등에 밀려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의 개발 프로젝트는 경쟁을 통해 진행했으면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H와 김 사장은 3기 신도시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해 SH가 이를 대신 개발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리토평 2지구 등 일대를 개발하면 서울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어 서울 한정 사업하는 SH가 참여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9월 서울시의회 제320회 임시회 주택공간위원회 서울주택도시공사 업무보고에서는 "SH공사가 주택에 함몰되어있기에는 서울 내 택지가 부족하다"며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의 설명에도 김 사장과 SH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자신이 비판했던 공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참여정부의 주택 개발 정책이 나오자 임대주택 건설과 공급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을 두고 '영역 싸움'을 벌인 것이다.
당시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를 이끌던 김헌동 본부장은 "참여정부 들어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이 난무해 공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대와 개발이익 나눠먹기를 불러왔다"며 "공기업 통폐합·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두 기업의 영역 다툼은 2009년 LH가 설립되며 일단락됐지만 17년이 지난 현재 김 사장은 다시 한번 공기업들의 영역다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는 처지가 됐다. 업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업무를 중복되지 않도록 배분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제11조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예산을 받는 SH가 경기도 개발에 참여하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H는 서울시가 주거안정을 위해 출자한 자본금으로 설립된 도시공사"라며 "경기도에는 GH가 있고 전국구인 LH가 있다. 서울시에서 출자한 자본으로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H의 요청을 받은 국토부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12일 "SH는 서울시 내에 주택을 만드는 지방주택공기업"이라며 "SH가 참여하려면 먼저 자기들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선을 그엇다. 서울시 산하 개발공기업이 타 지역 개발사업 참여를 확대해갈 경우 다른 지자체 소속 개발공기업들도 우후죽순 그 대열에 합류시켜달라고 나서게 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될 경우 경쟁 과열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광역지자체는 물론 많은 기초지자체에서도 개발 공기업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SH공사의 야심이 노골화하면서 기다렸다는 듯 3기 신도시가 속한 경기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는 "SH가 경기도나 GH와 협의도 없이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를 선언한 것은 지방자치제도를 무시한 것이며 과욕"이라면서 "경기도의 개발이익이 서울로 흘러가면 지역갈등이 가중되고 서울 집중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SH는 지방자치제도를 아무런 의미를 없게 만드는 3기 신도시사업 참여 선언으로 인한 지역 갈등 심화를 고려하고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복지증대라는 본분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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