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는 데 쓰는 폭탄’과도 같은 플랫폼법

이균성 논설위원 2023. 12.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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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과도한 공정 무리한 의도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유하자면 닭을 잡는 데 폭탄을 쓰는 격이라 할 수 있겠다. 닭만 잡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복잡한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진단해 처방함으로써 오히려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플랫폼법 취지는 간단하다. 강자가 힘을 바탕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야 공공선(公共善)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글로벌 인터넷의 생태계를 고려할 때 강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시장이 국내에 한정돼 있지 않다. 즉 글로벌적이다. 시장을 오프라인처럼 획정하기도 쉽지 않다. 시장 주도자도 급변한다. 한 그물로 잡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닌 것이다.

공정위도 입법 취지에서 그 애로를 밝힌 바 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처벌하려고 해도 강자(시장지배적사업자)임을 입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져왔다는 것이다. 강자임을 입증하는 사이에 상황이 변해버릴 수도 있고, 아예 입증조차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강자여야 처벌되는 죄기 때문에 입증을 못하면 처벌도 불가하다. 그래서 사전에 법으로 지정을 해놓자는 거다.

특정 사업자를 사전에 강자로 지정해놓고 4대 불공정 행위(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최혜대우) 금지를 의무화한 뒤 위반할 때 처벌하자는 거다. 이 경우 정부는 강자 입증 의무가 사라진다. 대신 강자로 지정된 특정사업자에게 처벌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입증할 책임이 주어진다. 강자인지 아닌지를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다투지 말고 강자처럼 보이는 곳을 아예 강자로 낙인찍자는 의미다.

문제는 이 낙인이 온당하지 않을 수 있고, 온당하더라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온당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는 현행법으로 처벌이 쉽지 않으니 새 법을 만들어 손쉽게 처벌하자는 의도 자체에 있다. 새로 강자를 지정하려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할 테고 그 기준은 임의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운 놈’이 있고 그들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 기준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과연 타당한가.

이 의도는 그런 이유로 세 가지 점에서 위험하다. 심각한 역차별이 우려되고, 인터넷의 혁신 생태계를 흔들 수 있으며, 자칫하면 소비자 후생도 해칠 수 있다. 이 법 반대론자들이 가장 먼저 제기하는 게 역차별 이슈다. 이 법이 겨냥한 사업자들은 대부분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고 글로벌 사업자를 포함한다하더라도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실제로는 국내 사업자들만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생태계가 기본적으로 글로벌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최대 강자는 역시 미국 빅테크들이다. 이 법이 참조한 것으로 여겨지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겨냥한 곳도 사실 그들이다. DMA의 취지가 미국 빅테크로부터 자국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그 비슷한 법을 다른 취지로 쓰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손발만 묶이게 될 수가 있다.

국내 플랫폼의 경우 강자가 있더라도 그건 상대적이고 일시적이며 제한적이다. 절대 강자가 아니다.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를 감안하면 순식간에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존재다. 그들의 부당행위가 없다 할 순 없겠지만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오히려 유럽에서와 달리 한국형 플랫폼과 미국의 빅테크가 경쟁할 정도의 구도를 만들어냈다. 미국 빅테크의 폭리를 막은 건 제도가 아니라 한국 플랫폼들이다.

새 법은 자칫하면 이런 구도를 와해시키고 우리나라를 유럽같은 미국 빅테크 천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혁신 생태계를 키우기는커녕 유럽처럼 자국 산업의 황무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무한질주와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계의 급성장이 국내 플랫폼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 아닌가. 새 법이 취지와 달리 엉뚱한 곳에만 햇볕을 내릴 쬘 수도 있겠다.

한국 플랫폼이 망가질 때 소비자 후생은 두텁게 되겠는가. “해외 빅테크 기업이 갑자기 요금을 확 올려 이용자들의 걱정이 많다.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왜 올릴 수밖에 없는지, 인상한 게 합당한 금액인지 소비자들에게 설명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넷플릭스가 이용 가격을 올리자 과기정통부 장관이 한 말이다. 미국 빅테크 천국이 됐을 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 정도 아니겠는가.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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